경록절, 3년 만 오프라인 개최…약 120팀 출연·미술 전시 등 부대 행사 풍성
코로나 뚫고 꽃핀 인디 르네상스…"먼 훗날까지 이어지길"
"제 생일이라고 뉴스에도 나와보고, 아트센터를 통으로도 빌려 보고, 이렇게 많은 분도 만나 뵐 수 있어서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 (한경록)
'캡틴락'이라는 별명을 가진 밴드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 한경록은 12일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관객을 바라보며 "올해는 거리 두기가 끝나고 (경록절을) 5일간 했는데 내년에는 5주간 해 보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로 서울 마포아트센터와 홍대 인근에서 지난 8일부터 열린 인디 음악 축제 '2023 경록절 마포르네상스'에서다.

경록절은 지난 2007년 한경록의 생일 2월 11일을 축하하고자 인디 음악인들이 작은 호프집에서 삼삼오오 모여 공연하던 것에서 출발했다.

그러던 것이 입소문을 나면서 그 규모가 매년 커졌고, 올해는 5일에 걸쳐 총 120여개 팀이 출연하는 홍대 대표 인디 음악 축제로 성장했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경록절이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것은 2020년 이래 3년 만이다.

올해는 특히 미술 전시, 북 토크, 강연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도 함께 열려 종합 예술 축제로 한 단계 격을 높였다.

마포아트센터 2층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는 다양한 미술 작품이 관객을 맞았다.

크라잉넛 멤버들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담은 작품부터 유명 캐릭터 배트맨과 조커를 그린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김창완의 '자화상'은 검은색 마이크 앞에서 혼신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이 담긴 작품으로, 베테랑 음악인의 관록이 느껴졌다.

경록절 마지막 날을 맞아 마포아트센터에는 일찌감치 음악 팬들이 모여들었다.

가수 이적이 '두근거렸지 누군가 나의 뒤를 쫓고 있었고' 라며 히트곡 '하늘을 달리다'를 부르기 시작하자 객석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갈채가 나왔다.

관객들은 고음 하이라이트에서는 "워어어어"하고 함께 추임새를 넣기도 했고, 이적은 이를 보고 흡족한 듯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어 보였다.

이적은 "한경록 씨가 어제 생일이었는데, 경록절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해마다 (경록절을) 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르네상스를 위해 애써주는 한경록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코로나 뚫고 꽃핀 인디 르네상스…"먼 훗날까지 이어지길"
한경록은 자기 공연 차례가 아닌데도 무대 뒤편에 서서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겼다.

1990년대 후반을 풍미한 발라더 양파도 오랜만에 관객을 만났다.

그는 대표곡이자 히트곡 '애송이의 사랑'을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한 맑은 목소리로 들려줬다.

양파는 한경록과 어깨동무를 하고 친근함도 과시했다.

이들은 같은 고등학교 출신으로 한경록이 학교 선배였다고 했다.

양파는 "(한경록은) 해 나가는 행보가 너무 멋있고 존경스러운 선배"라며 "이 자리에 올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해가 지자 '낭만가객' 최백호가 싱어송라이터 유발이, 소프라노 강윤정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강윤정이 최백호의 대표곡 '낭만에 대하여' 1절을 선창했다.

젊은 성악가의 맑은 목소리로 색다른 느낌이 났다.

옆에서 이를 듣던 최백호는 그를 바라보며 박수를 보냈다.

최백호는 2절부터는 직접 스탠딩 마이크를 잡고 '원조'의 목소리를 뽐냈다.

객석에서 "멋있어요" 하는 함성이 나오자 최백호는 쑥스러운 듯 미소도 지었다.

최백호는 "경록절은 경록 씨가 먼 훗날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주 먼 훗날 말이다.

물론 나도 없을 것"이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그에 이어 무대에 오른 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는 "경록절은 인디 밴드에 매우 큰 기회"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밴드가 배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뚫고 꽃핀 인디 르네상스…"먼 훗날까지 이어지길"
이날 공연의 대미는 주인공 한경록이 속한 크라잉넛이 장식했다.

크라잉넛은 '룩셈부르크', '레고', '양귀비' 등의 노래로 장내의 열기를 후끈 불붙였다.

한경록은 무대 중간에 촛불을 켠 케이크도 받았다.

관객들은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한경록, 생일 축하 합니다"라며 한목소리로 축가도 불렀다.

"우리는 이렇게 작은 존재이지만 또 모이고 이어 붙이면 무엇이든지 될 수 있습니다.

" (한경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