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사랑에 빠진 두 남자 이야기…나리타 료·오쿠라 다다요시 주연
"한국과의 협업 거스를 수 없어…'헤어질 결심'은 훌륭한 사랑 이야기"
'궁지에 몰린 쥐' 유키사다 감독 "잃어버린 순수 되찾아준 작품"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퀴어 영화로 돌아왔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는 두 남자의 아슬아슬하면서도 농도 짙은 사랑을 그린다.

미즈시로 세토나의 만화 '쥐는 치즈의 꿈을 꾼다'를 각색한 작품이다.

교이치(오쿠라 다다요시 분)는 7년 만에 대학 후배 이마가세(나리타 료)와 재회한다.

아내가 있지만 다른 여자와 종종 만나던 교이치는 이마가세에게 휘둘리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교이치를 짝사랑해왔던 이마가세는 교이치의 외도 증거를 무기 삼아 그의 곁에 머물고자 한다.

10일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키사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순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제가 만드는 러브스토리의 순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계속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순수하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만 불륜 같은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변해간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이 원작을 읽었을 때 새로운 문을 열고, 순수를 되찾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남자를 사귀어본 적 없지만, 남자와 남자가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귀엽다고 느끼고, 설레는 순간을 찾아가며 만든 영화입니다.

"
'궁지에 몰린 쥐' 유키사다 감독 "잃어버린 순수 되찾아준 작품"
두 사람의 사랑은 금방이라도 깨어질 듯 위태롭다.

교이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마가세에게 마음을 내어주지만, 7년이 넘도록 교이치를 기다리며 커져 버린 이마가세의 마음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늘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들에게 쉬이 곁을 내어주던 교이치에게는 또 다른 여성들이 맴돌고, 이마가세의 의심과 집착은 커진다.

유키사다 감독은 "이마가세라는 캐릭터를 배우와 내가 어떻게 만들어나가느냐가 이 영화의 열쇠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이마가세는 약자가 아닌 강인한 면이 있고, 굉장히 용감한 소년으로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이런 캐릭터를 배우와 내가 노력해서 잘 만들어낸다면, 그 반대편에 있는 교이치가 그 안에서 헤매는 모습이 잘 드러나게 되거든요.

교이치는 사실 여자를 더 좋아하는데 (이마가세에게) 어쩔 줄 몰라 하거든요.

이 두 캐릭터의 대비를 잘 표현한다면 이 영화는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궁지에 몰린 쥐' 유키사다 감독 "잃어버린 순수 되찾아준 작품"
또 이마가세를 연기한 배우 나리타 료가 역할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극 중) 이마가세는 게이이지만 나리타 료씨와 저는 이성애자인데요.

둘이 만났을 때 게이들의 몸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사랑스러움의 근원을 탐구하기 위한 대화를 했습니다.

나리타 료는 실제 게이 커플을 만나기도 하고, 같이 파티도 하고 술도 마시고, 며칠을 지내기도 하며 그들의 무언가를 훔치기 위해 노력했죠."
원작과 다른 결말을 그린 이유에 대해서는 "테마를 택하는 것은 언제나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독자들이 작품을 보고 여러 해석을 하는 것처럼 제 판단에 따라가다 보니 결말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궁지에 몰린 쥐' 유키사다 감독 "잃어버린 순수 되찾아준 작품"
최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인상 깊게 봤다는 유키사다 감독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종류의 러브스토리였다.

다른 어떤 작품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훌륭했다"고 극찬했다.

최근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이케 다카시 등 일본 거장 감독들이 한국과 협업해 영화 '브로커', 드라마 '커넥트' 등의 작품을 만든 데 대해서는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일본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만드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국과의 합작에 대해 회의를 했다"고 귀띔했다.

"지금 한국 콘텐츠는 세계에서 잘 나가고 있고, 반대로 일본 콘텐츠는 조금 약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어째서 한국 콘텐츠가 이렇게까지 강력한지에 대해 저도 알고 싶습니다.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 분이 있다면 한국 크리에이터들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웃음) 반대로 저는 일본인이기에 나름의 정서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두 개가 함께 융합했을 때 더 새로운 형태의 성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