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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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 등이 겹치면서 아파트 전세가격이 최대 5%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모두 전세 가격 하락을 예상해 현재의 전세시장이 불안한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와 비교하면 0.12% 하락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또한 같은 수치로 떨어졌습니다. 서울 외곽의 전세가격 하락세가 더 우려됩니다. 강북구와 구로구는 각각 0.57%, 0.46%씩 하락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전세가격 하락세는 올해 상반기에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년 전 높은 전세가격으로 계약했던 재계약 물량이 전세의 월세화 현상과 함께 고금리와 입주물량의 영향으로 작년 하반기 전세가격 하락폭을 벗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전국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서울의 전세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크게 늘지 않습니다만 거대단지의 입주물량은 꽤 됩니다. 대표적인 지역은 서울 강남권입니다. 개포 주공 아파트를 재건축한 2개 단지만 1만가구가 넘습니다. 8월 입주 예정인 반포의 한 아파트도 3000가구에 가깝습니다. DMC에 입주하는 2개 단지도 2700가구에 이릅니다. 지금까지 누적되어 남아있는 전세물량과 함께 신규로 입주하는 거대단지들은 서울 나아가 수도권 전체 전세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전세 안정화 대책이 절실한 이유[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최근 부동산시장의 규제완화로 인해 아파트 매물은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전세매물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실에 의하면 한 달전과 비교한 현재 서울의 아파트의 전체 매물은 5.2% 감소했지만 전세는 0.6% 감소에 불과합니다. 반면 월세매물은 4.1%, 매매매물은 무려 10.2%가 줄었습니다. 전세매물은 거의 줄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매물건수도 전세가 5만2279건으로 가장 많습니다. 전세가격 안정되지 않으면 매매가격 안정은 요원합니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전세임대차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추락하는 전세시장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동안 상생 임대인제도와 같이 전세매물을 늘릴 수 있는 대책에 버금가는 전세수요를 복원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됩니다. 전세시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전세임차인이 가지는 특수한 지위 때문입니다. 전세임차인의 50% 이상이 내 집 마련에 나서는데 반해 월세임차인의 10%도 유주택자가 되지 않습니다. 주택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전세임차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세시장이 어려워지면 당연히 전세임차인이 피해를 입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전세가격을 받은 임대인이 밉지만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경우 임대인의 어려움은 곧바로 임차인에게 전가됩니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전세시장의 안정은 필수적입니다.
전세 안정화 대책이 절실한 이유[심형석의 부동산정석]
먼저 전세대출금리를 낮춰야 합니다. 정부의 권유와 금융소비자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시중은행들이 앞다투어 담보대출에 혜택을 늘리는 중입니다. 하지만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담보대출과 같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변동·준고정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연 1.85~2.2%의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입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준하는 전세대출 전환이 필요합니다.

전세퇴거자금의 조건 완화도 필요합니다. 임차인이 전세집에서 갑자기 퇴거를 한다면 전세보증금을 '전세퇴거자금대출' 상품으로 돌려줄 수 있습니다. 세입자 퇴거자금대출로도 불리는 이 일반주택담보대출은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다주택자나 15억 이상의 주택은 대상이 아닙니다. 대단지 입주물량으로 인해 어려워질 서울의 전세시장을 고려한다면 대출조건이 완화돼야 합니다.

전세는 내 집 마련의 가장 큰 도구입니다. 여전히 주택금융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전세라는 임대차 관행이 내 집 마련을 위한 사적금융의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과거 정부에서 갑자기 전세가 악의 축이 됐지만, 우리나라 사정에서 전세의 긍정적인 역할은 부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전세는 보증부 월세나 반전세의 형태로 바뀌겠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전세는 관행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전세의 순기능에 맞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전세 안정화 대책이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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