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통영에서의 하루·픽션들
▲ 통영에서의 하루 = 희연(유인영 분)은 인생의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기분을 떨치지 못한다.

잘 나가던 뮤지컬 기획팀장이었던 그가 내놓은 신작 첫 공연은 단 7석밖에 팔리지 않고, 회사 대표는 "이참에 쉬다 오라"며 에둘러 해고를 통보한다.

그런 희연에게 과거 함께 일했던 성선(이미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입사 반년 만에 덜컥 일을 그만두고 고향 통영으로 돌아갔던 성선은 자신을 보러 오라고 제안하고, 희연은 못이기는 척 통영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희연의 통영 여행은 첫날부터 삐걱거린다.

성선은 터미널로 마중을 나오지 않고, 비까지 내린다.

겨우 만난 성선은 촌스러운 화장에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와서는 동네 충무김밥집으로 희연을 끌고 간다.

너무도 달라진 성선의 모습부터 계속해서 예상치 못한 일들과 마주하게 된 희연은 이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하다.

[새영화] 통영에서의 하루·픽션들
영화 '통영에서의 하루'는 앞만 보고 달리던 희연과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갔던 성선의 만남을 그렸다.

8년 만에 만난 옛 동료에게 잘나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하던 희연은 자신을 온전히 반기고 아껴주는 성선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미래사, 편백숲, 한려수도 등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긴 통영 곳곳의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이기적이고 인색한 서울 사람 희연, 수더분하고 정 많은 성선을 비롯한 통영 사람 등 입체적이지 못한 인물 설정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평면적인 등장인물과 예측 가능한 전개 속에서도 유인영, 이미도, 박정철 등 배우들의 연기는 충분한 몰입감을 준다.

24일 개봉. 97분. 12세 관람가.

[새영화] 통영에서의 하루·픽션들
▲ 픽션들 = "글쎄. 다 그렇게 살지 않나? 불안하게 하지만 그런대로."
영화 '픽션들'은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돌보는 소설가 지망생 윤수(김권후), 치매가족 자조 모임에서 윤수와 만난 주희(구자은), 장례업체 실장 치원(박종환)과 신입사원 은경(이태경)이 각자가 가진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윤수는 갑작스러운 이명 증세로 고통받고, 불행해지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다는 주희는 어릴 적 흥건한 소의 피를 보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도축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치원은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의 30∼40년 후의 모습이 함께 보이기 시작하고, 은경은 '사라져버리라'는 알 수 없는 환청에 시달려 자해를 일삼는다.

[새영화] 통영에서의 하루·픽션들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영화는 윤수와 주희, 치원과 은경의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등장하다 어느 순간 인물들을 뒤섞고 관계를 비틀어내면서 허구와 실재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장세경 감독은 "불안이 없애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삶의 동행자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고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인간 군상 사이를 떠도는 불안한 공기의 모양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24일 개봉. 93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