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흔들리는 판자 위에서 이들은 쓰러지지 않으려고 회전하는 방향의 역으로 달리며 분투한다.
쓰러지고 일어나고 서로 끌어안기를 되풀이하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을 함께 버텨낸다.
'중력을 갖고 노는 안무가'로 불리는 요안 부르주아의 현대무용 '기울어진 사람들'이다.
이 작품이 오는 25~27일 LG아트센터서울의 LG시그니처홀 무대에서 처음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기울어진 사람들'은 2014년 리옹 댄스 비엔날레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부르주아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긴 퍼포먼스다.
회전하는 무대와 그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현대인들을 둘러싼 다양한 힘의 역학 관계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프랭크 시내트라가 불러 히트시킨 곡 '마이 웨이'의 담담한 선율 속에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무용수들을 몰아붙이는 역설적인 연출과 안무를 통해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트램펄린, 턴테이블, 추, 시소 등을 활용한 그의 공연들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적이며 미학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요안 부르주아는 서커스와 현대 무용을 결합하고 '중력'을 테마로 한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화제를 일으킨 예술가다.
LG 시그니처, 애플 에어팟, 패션브랜드 '갭' 등의 광고로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콜드플레이, 해리 스타일스, FKA 트위그스 등 대중가수의 뮤직비디오와 루이뷔통, 티파니의 패션쇼나 카탈로그에서도 그의 안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 국립서커스학교(CNAC)와 국립현대무용센터(CNDC)에서 서커스와 현대무용을 동시에 수료한 유일한 학생이었던 그는 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에서 활동하다 2010년 자신의 예술단을 창단해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부르주아는 솔로작 '오프닝 2'도 이번에 함께 선보인다.
계단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후 트램펄린에 퉁겨져 다시 계단 위로 올라서는 움직임을 반복하며 진행되는 이 공연은 부르주아의 대표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지난 10년간 다양하게 변주한 작품으로, 이번 공연은 지난달 완성한 최신 버전이라고 한다.
10분짜리 공연인 '오프닝 2'는 '기울어진 사람들'의 공연 전과 후, 1일 2회씩 LG아트센터서울의 U+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