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경매 연일 신기록…"미술시장 좋다는 뜻 아냐" 경고도
원색의 격자무늬 그림으로 유명한 추상미술 거장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의 작품이 경매에서 5000만달러가 넘는 값에 팔렸다. 몬드리안 작품 거래 사상 최고가다. 경제 불황에도 슈퍼리치들의 초고가 작품 수요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매업체 소더비는 지난 14~15일 열린 미국 뉴욕 경매에서 몬드리안의 전성기 작품 ‘구성Ⅱ’(1930)가 5100만달러(약 676억원)에 낙찰됐다고 16일 발표했다. 종전 작가 최고가는 2015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된 ‘구성Ⅲ, 빨강, 파랑, 노랑, 검정’(1929·5060만달러)이었다.
미술 경매 연일 신기록…"미술시장 좋다는 뜻 아냐" 경고도
이번 경매에는 미국 휘트니미술관 관장을 지낸 데이비드 솔링거와 미국 CBS 사장을 지낸 윌리엄 페일리의 컬렉션 등 거물들의 소장품이 여럿 나왔다. 이들 작품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소더비가 이틀간의 경매에서 올린 매출은 3억9120만달러(약 5185억원)로, 경매 전 추정치(3억1800만달러)를 큰 폭으로 뛰어넘었다.

최근 글로벌 경매사들은 경매에서 각종 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우고 있다. 크리스티가 9~10일 뉴욕에서 연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고(故) 폴 앨런의 컬렉션 경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경매 낙찰액은 16억달러(약 2조1100억원)로, 개인 컬렉션 경매 사상 최고 금액이다.

‘세계 3대 옥션’으로 꼽히는 필립스옥션도 16~17일 이틀간 뉴욕에서 여는 경매로 이 같은 훈풍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출신의 추상미술 거장 사이 톰블리의 걸작 ‘무제(untitled)’가 490억~630억원에, 마르크 샤갈이 자신의 아버지를 그린 1911년 작 ‘르 페레(Le Pere)’가 85억~113억원에 출품되는 등 대작이 여럿 나온다.

일각에서는 “일부 초고가 작품의 판매 실적이 좋다고 미술시장 전망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해외 경매 흥행은 세계적인 ‘큰 손’들의 컬렉션 경매가 우연히 겹친 덕분”이라며 “미술사에 남을 명작은 경기 침체에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은 폭락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