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항원 검출 장흥 오리 농장들 시름만 가득 "방역 열심히 했는데"
"생계가 달린 오리 3만 마리를 죽인다고 생각해보세요.

어제저녁부터 한숨도 못 자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
16일 전남 장흥군 한 오리농장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었다.

방역 당국은 H5형 AI 항원이 나온 장흥의 육용 오리 농장과 반경 1㎞ 이내의 오리농장 4곳까지 총 5곳(7만1천마리)을 상대로 전날부터 이틀간 예방적 살처분을 했다.

3만 마리가 넘는 오리를 키웠던 김영인(61) 씨는 살처분 소식을 듣고 심장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출하를 열흘가량 앞두고 있었다.

살처분되는 모습을 보면서 밤새 눈물만 흘렸다"고 울먹였다.

이어 "가을에 접어들면 철새가 많이 오니 10월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자체적으로 소독을 해왔다"며 "군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주민들도 개별 방역을 열심히 했는데 어떻게 발생한 건지 원인을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2017년도에 AI로 농장을 운영하지 못해 1년가량 막일을 하고 대출을 받으며 생계를 이어온 일도 떠올랐다.

어머니와 장모님, 아직 취업 준비를 하느라 공부하는 자녀까지. 부양해야 할 가족이 많아 김씨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그때 받은 대출도 아직 절반가량이 남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이번에도 입식을 빨리 못하면 더 큰 손해가 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발생 농장의 고병원성 확진 여부는 아직 분석이지만, AI 항원이 나온 오리농장 반경 10㎞ 내는 출입이 모두 통제됐다.

주변 도로에는 쉴 틈 없이 방역차가 돌아다니며 소독약을 뿌려댔다.

흰색 방역복과 고글, 마스크를 착용한 방역 요원들도 방역지역을 오가는 관계 직원들의 소득 여부를 체크하고 출입 차량을 철저하게 소독했다.

농장 주인들은 착잡한 마음으로 이 모습을 바라보며 대문 안팎만을 오갔다.

전남에서는 지난 11일 강진만 생태공원에서 발견된 야생조류 폐사체 검사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됐고, 순천만 야생조류 폐사체 검사에서는 H5형 항원이 검출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도내 전체 가금농장과 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이동을 중지시키고 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방역과 예찰 강화로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