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앞두고 공공예술 작품 1년 새 배로 '껑충'…연내 100개 달성 목표
올라퍼 엘리아슨·제프 쿤스·에르네스토 네투 등 세계적 거장 집결
[※ 편집자 주 =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다음 달 20일(현지시간) 개막합니다.

지구촌 최대 축구 축제를 앞둔 카타르는 손님맞이는 물론, 자국의 문화·예술 활동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공공예술, 박물관 프로젝트 등을 통해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카타르의 노력과 현지 상황을 취재해 3편의 기사로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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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 도하 시내에서 100㎞ 이상 떨어진 북부 알 샤말(Al Shamal) 지역의 사막 위.
평소 같으면 뜨거운 햇빛 아래 모래바람만 오갔을 이곳이 오랜만에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알 주바라(Al Zubarah) 고고학 유적과 아인 모하메드(Ain Mohammed) 민속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놓인 '작품' 때문이었다.

언뜻 보기에 큰 반지처럼 보이는 조형물 20개와 지름 8.2m의 링, 그리고 이를 겹친 이중 링까지.
사람들은 신기한 듯 원형 패널로 돼 있는 거울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거나 손을 뻗어보기도 했다.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이 사막 한가운데 설치한 이 작품의 제목은 '섀도즈 트래블링 온 더 시 오브 더 데이'(Shadows travelling on the sea of the day)이다.

사상 처음으로 11월, 그리고 중동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앞두고 카타르 곳곳이 예술 거리로 변하고 있다.

다양한 예술 작품을 일상에서 편히 볼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다음 달 카타르를 찾는 전 세계 손님들에게 문화·예술적 성취를 보여주기 위한 '공공예술'(Public Arts)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카타르 박물관청(QM) 차원에서 꾸준히 진행돼 온 이 프로젝트는 최근 들어 더욱 속도가 빨라졌다.

박물관청 관계자는 "작년까지 약 40개의 (공공예술) 작품을 설치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많은 작가와 교감을 하면서 40개를 더 완료했다.

1년 만에 거의 배로 뛴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설치 목표는 최소 100개로 잡았다.

그간 여러 작품이 그러했듯, 최근 참여한 작가들 역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사막 한가운데 대형 설치물을 세운 올라퍼 엘리아슨은 2003년 인공 태양을 연출한 런던 테이트 모던의 '날씨 프로젝트'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뒤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엘리아슨과 함께 사막 위에 작품을 설치한 에르네스토 네투, 시몬 파탈 등도 세계적인 거장이다.

시몬 파탈은 화강암을 활용한 '마캄 I, 마캄 II, 마캄 III'(Maqam I, Maqam II, Maqam III)을, 에르네스토 네투는 지구를 향한 메시지를 담은 '코쿤어스, 아워 골 이즈 더 라이프'(CocoonEarth, Our Goal is the Life) 등을 공개했다.

네투는 작품 공개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생명력이 가득한 사막이라는 곳에서 작품을 설치하고 작업하는 일은 매우 대단한 것이었다"며 작품 속 메시지가 여러 사람에게 닿기를 바랐다.

카타르 측은 월드컵 기간에 많은 사람이 사막에 설치된 이들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시내에서 오가는 교통편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막이 아닌 시내 곳곳에서도 거장들의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현대 예술가 제프 쿤스가 해양 초식동물인 '듀공'(Dugong)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은 시내 공원에 설치됐다.

높이 21m, 폭 31m에 달하는 거대한 조각은 지하철 코니쉬 역에서도 멀지 않은 편이다.

재질의 특성상 이 작품은 6개월 정도만 설치된다고 한다.

박물관청 관계자는 "듀공은 우리가 보호해야 할 중요한 종 가운데 하나"라며 "이를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공공예술이 지향하는 하나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국립 극장, 공원, 플래그 플라자, 전통 시장 등 곳곳에서 공공예술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예술 작품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분명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확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사막 한가운데 미술품을 설치하는 활동이 극적인 효과는 가져올 수 있으나 되레 비용만 많이 쓰거나 환경적으로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냐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셰이카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공주는 올라퍼 엘리아슨과 함께 참석했던 한 대담에서 "(일부가 바라보는) 이중 잣대"(double standards)라고 웃으며 말한 뒤 "사막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다"고 답했다.

카타르 당국은 일상에서 예술과 접하는 지점이 늘어날수록 그에 따른 효과가 크리라고 보고 있다.

박물관청은 "카타르의 공공예술 프로그램은 예술이 뮤지엄 혹은 갤러리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게 핵심"이라며 "직장, 학교, 사막, 해변 그 어디를 가도 편히 즐기고 또 누릴 수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