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화에 살다' 출간기념회…1967∼2011년 영화 총 85편 제작·수출입 일조
이장호 감독 '색소폰' 연주로 축하…'혈액암 투병' 배우 안성기 참석 눈길
"영화에 미쳤던 70년"…동아수출공사 이우석 회장 회고록 펴내
"반세기를 사귀어 왔는데 정말 영화밖에 모르고, 영화에 거의 미친, 영화와 함께 살아오신 분이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재능 넘치는 영화감독과 배우, 많은 영화를 탄생했던 한국 영화의 산실로서 기능이 대단했다는 게 후대의 평가다.

"(한국영상자료원 김홍준 원장)
"1967년 영화사를 설립한 뒤 2011년 영화 '퍼펙트게임'을 만들기까지 총 85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산업 발전에 끼친 업적을 일일이 말씀드리면 오늘 행사가 늦어져 난리가 날 것이다.

"(영화평론가 김두호)
"67년간 함께 영화계를 지켜온 내 친구다.

"(원로감독 정진우)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 모인 영화계, 각계 인사들이 중절모를 쓰고 무대 위로 천천히 걸어 올라온 한 사람을 주목했다.

한국의 최장수, 대표 영화제작사로 자리를 지켜온 동아수출공사 이우석(87) 회장이다.

그가 70년 영화 인생을 정리한 회고록 '영화에 살다'를 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영상자료원이 이례적으로 축하 자리를 마련했고 100명에 가까운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랜 시간 영화계에서 그를 지켜봤던 동료이자 후배 영화인들은 아낌없는 찬사와 감사를 전했다.

이 회장은 한국 영화 수출의 개척자이자 대표 영화제작자로 꼽힌다.

1961년 이탈리아 영화 '물망초'를 수입한 것을 계기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1967년 동아수출공사를 세운 뒤 2011년까지 총 85편의 작품을 제작했다.

"영화에 미쳤던 70년"…동아수출공사 이우석 회장 회고록 펴내
'만추'(1981), '깊고 푸른 밤'(1985), '겨울나그네'(1986), '천국의 계단'(1992),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퍼펙트게임'(2011)까지. 동아수출공사에서 그의 손을 거쳐 제작된 영화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는 작품이 많다.

그는 홍콩 영화제작사인 골든하베스트와 함께 이소룡의 유작 '사망유희'를 완성했고, 무명이었던 배우 청룽이 홍콩 스타를 넘어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하도록 견인했다.

영화관 운영에도 수완을 발휘해 1985년 서울 강남권 최초 극장인 동아극장을 개관했다.

서울 장충극장, 반포 센터럴6 시네마 등이 그가 운영했던 곳이다.

무대에 선 이 회장은 객석에 자리한 후배와 동료 영화인들을 바라보며 영화와 함께 한 지난 70년이 떠오른 듯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제가 70년 가까이 영화산업을 위해 살아왔는데, 제가 과연 존경받을만한 인생을 살아왔는지 모르겠으나 한평생 정직을 신용으로 살아왔다는 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바람 잘 날 없는 충무로에서 어떻게 조용히 지냈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비결은 단 하나, 정직이었다고 봅니다.

"
"영화에 미쳤던 70년"…동아수출공사 이우석 회장 회고록 펴내
회고록이 정식 출간되는 15일은 마침 이 회장의 생일이다.

우리 나이로 미수(米壽)다.

그는 구순을 앞둔 미수에 접어들면서 지난 인생을 '고진고래(苦盡苦來)'라고 했다.

영화산업에 오랜 시간을 종사하며 숱한 역경을 지나온 자신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돌아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제작자로서 이름 석 자 남기겠다는 것을 필생 업으로 살아왔다는 것이고, 영화인으로서도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지난 과거를 회고록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게 된 저의 심정은 성공한 사람의 입장이라기보다는 '고진고래', 생생한 사료로 어린 후손들에게 한줄기 본(本)이 되기를 바라는 뜻이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저를 위해 이 자리에 와주신 내빈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
출간 기념회 사회를 맡은 이장호 감독은 이 회장의 인사가 끝나자 답사를 하듯 유명 팝송 '마이웨이'를 색소폰으로 연주하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객석에서는 동아수출공사가 1988년 제작한 영화 '칠수와 만수'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안성기, 박중훈이 눈에 띄었다.

최근 혈액암 투병 소식을 전했던 안성기는 배창호 감독과 나란히 앉아 비교적 밝은 모습으로 행사를 지켜봤다.

"영화에 미쳤던 70년"…동아수출공사 이우석 회장 회고록 펴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