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중 대표적인 민간 교정회사인 CCA가 운영하는 교도소에는 13만여명 가량이 수감돼 있는데 이는 전국 재소자 중 8%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잡지 '마더존스'의 기자 셰인 바우어는 이런 민영교도소의 실태를 밝히기로 하고 2014년 CCA가 운영하는 루이지애나의 민영교도소에 교도관으로 위장취업했다.
신간 '아메리칸 프리즌'(동아시아)은 바우어가 4개월간의 위장취업 기간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생생하게 옮긴 '민영교도소 르포'다.
교정과 교화보다는 비용절감과 이윤추구 극대화가 우선인 민영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은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
발가락과 손가락이 까맣게 썩어가는데도 의무실에서는 반창고와 티눈 연고, 소염진통제를 줬을 뿐이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재소자는 결국 두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규칙을 위반한 재소자는 징계 법정에 보내지는데 민영교도소에서는 운영사가 종종 자체적으로 '재판'을 진행한다.
2분도 걸리지 않은 '재판'에서 재소자들은 96% 이상 유죄판결을 받는다.
한 재소자는 다른 사람이 노는 시간에 청소함에서 빗자루를 꺼냈다는 이유로 30일을 더 복역하게 됐고, 그 덕에 민영교도소는 1천 달러 이상을 더 벌게 됐다.
수감자의 식사 시간은 규정상 20분이지만 실제 주어지는 시간은 10분이다.
독방은 기준보다 턱없이 작지만, 감사를 나온 규제기관 관계자는 수감동에 가보지도 않고 수감자 인터뷰도 없이 민영교도소에 99점을 준다.
민영교도소에서 고통받는 것은 재소자뿐만이 아니다.
비용 절감과 이윤 극대화를 위해 수십 년간 시급이 동결되면서 민영교도소엔 늘 인력이 부족하다.
인력이 모자라니 재소자 관리는 힘들어지고 불만을 품게 된 재소자들은 폭언과 협박을 교도관에게 쏟아낸다.

죄수들에게 "안돼"하고 말할 때마다 쾌감을 느끼고 재소자의 세탁물을 압수할 때 죄수들이 징징대는 소리를 들으며 온몸에 전율을 느낀다.
처음 위장취업 프로젝트를 격려하던 저자의 아내는 늘 화를 내는 남편에게 불안감을 느낀다.
책은 현실 고발에 그치지 않고 이런 민영교도소 시스템의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해 왔는지도 짚어나간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뒤 미국의 주 정부들은 대부분 흑인이었던 죄수들을 강제노역에 동원했다.
범죄로 기소된 흑인들을 목화농장과 설탕 농장, 벌목장과 탄광에 임대해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러나 1900년대 중후반 범죄자 수 급증으로 교도소가 과밀화하면서 죄수들이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교도소 운영 비용이 더 드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민영교도소 시스템이 등장했다.
세금으로 교도소를 짓는 대신 민간기업과 계약해 교도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와는 교정 정책 체계가 다른 미국의 이야기지만, 법 집행의 영역에서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우선으로 추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던진다.
조영학 옮김. 428쪽. 1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