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달. 둘은 좀처럼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가끔은 낮에 달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남편의 첫사랑, 첫사랑의 아내.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낮과 달'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민희(유다인 분)가 남편의 첫사랑 목하(조은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민희와 다툰 날, 남편 경치(정영섭)는 고향 제주로 떠난 뒤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경치의 흔적을 따라가던 민희는 평소 남편이 살고 싶어하던 제주의 집에서 한동안 생활하기로 한다.

낯선 제주에서 쾌활한 성격의 이웃 목하, 싱어송라이터인 아들 태경(하경)을 만난 민희는 두 사람과 점차 가까워진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목하가 남편의 첫사랑이며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태경이라는 사실을 알고 분개한다.

남편의 유품을 향해 욕도 해보고, 목하가 정성스레 가꾼 꽃밭을 짓밟아 보고, 복수심에 남편의 친구를 유혹해보기도 하지만 감정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영화는 언뜻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의 치정극처럼 보이지만 통통 튀는 전개로 색다른 '워맨스'(여성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를 선보인다.

경치와의 관계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성격도, 라이프스타일도 상반되지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영화의 재미는 예상치 못한 코미디와 유다인과 조은지의 연기에서 나온다.

목하와 태경이 하는 '아이 토크'(눈으로 하는 대화), 고성이 오가던 끝에 민희와 목하가 택한 싸움 방법인 팔씨름 등 엉뚱한 웃음 코드가 곳곳에 숨어있다.

민희는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목하에게 상처를 주지만 유다인의 사랑스러운 연기가 민희를 좀처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조은지 또한 솔직하고 씩씩한 목하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연출을 맡은 이영아 감독은 "무너진 마음을 부축하는 작은 연대가 삶의 희망"이라며 "함께 성장해 나아가는 두 여자의 공기와 감정의 질감이 느껴지는 연출로 따뜻하게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20일 개봉. 111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