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는 이대호, 후배 한 명씩 전광판 통해 '손편지'
"진욱아, 스피드보다 제구력"…이대호의 애정 어린 일침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는 후배를 살갑게 대하는 선배는 아니었다.

롯데의 '영원한 캡틴' 조성환(46) 한화 이글스 수비 코치가 엄격한 카리스마로 후배를 이끈 것처럼, 이대호 역시 무서운 선배였다.

동시에 세심하게 후배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이대호는 과거 팀 선배였던 홍성흔(45) 전 두산 베어스 코치가 지어준 '공주(공포의 주둥이)'라는 별명을 떠올리며 "거기까진 아닌 거 같다"고 항변했지만, 후배들에게 남긴 '손편지'는 별명 그대로였다.

그리고 동시에 후배를 향한 애정도 듬뿍 담았다.

"진욱아, 스피드보다 제구력"…이대호의 애정 어린 일침
롯데는 이대호 은퇴 경기로 진행한 LG 트윈스전에서 이닝 교대 시간에 전광판으로 이대호의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후계자로 경남고 후배 한동희(23)를 꼽았던 이대호는 "조카 동희야. 삼촌은 떠나지만, 롯데 팬들의 영웅이 되어 줘"라고 부탁했다.

마침 한동희는 이 경기에서 시즌 14호 홈런을 터트리며 2022시즌을 마감했다.

4월에만 타율 0.427에 홈런 7개를 쏘아 올렸던 한동희는 시즌 초반 상승세를 내내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타율 0.307로 시즌을 마쳐 데뷔 첫 3할 타율을 달성했다.

이대호의 편지에 한동희는 "함께 보낸 5년이 짧게 지나간 거 같다.

이제 더는 같이 뛰지 못하니 정말 제게는 영광이었다.

항상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화답했다.

"진욱아, 스피드보다 제구력"…이대호의 애정 어린 일침
팀에서 가장 친한 후배이자 자신의 은퇴에 더 많이 눈물을 보였던 정훈(35)에게는 "내 동생 훈아. 형이 먼저 팀을 떠나 미안해. 너와 야구장에서 함께 했던 시간을 평생 기억할게"라고 남겼다.

미래의 거포 자원으로 손꼽히지만, 아직 기량을 만개하지 못한 김민수(24)에게는 "민수야. 조금만 더 진지하게 야구에 집중해라. 충분히 형처럼 될 수 있어"라는 말을, 우완 에이스 박세웅(27)에게는 "우리나라 우완 투수 중에는 네가 1등이다.

너 자신을 믿을 때 넌 20승 투수가 된다"고 응원했다.

이대호의 일침을 피해 가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진욱아, 스피드보다 제구력"…이대호의 애정 어린 일침
'미완의 대기' 김진욱(20)을 향해 이대호는 "진욱아, 스피드보다 제구력"이라고 썼고, 부침을 겪은 최준용(21)에게는 "야구 잘하면 더 빛난다.

야구에 더 집중하자"고 했다.

구승민(32)에게 적은 "야구계 3대 얼짱 구승민. 제수씨 감사해요.

승민이랑 결혼해주셔서"라는 말, 강윤구(32)에게 쓴 "다른 팀에서 홈런 많이 맞아줘서 고마워. 내가 나중에 따로 꼭 밥 한 끼 사줄게"라는 말은 이대호의 별명 '공주'를 되새기게 한다.

"진욱아, 스피드보다 제구력"…이대호의 애정 어린 일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