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논쟁이 없는 조직
불 같은 성격의 A팀장

A팀장의 회사 내 별명은 탱크이다. 오직 전진 밖에 없다. CEO가 무슨 지시만 내리면 항상 “예, 알겠습니다”란 말과 함께 직원들에게 “이렇게 해라” 한 마디 하고 밀어 붙인다.
직원들이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그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일하려고 했냐 하며 화부터 낸다.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회사 단합 대회로 산행을 가면 맨 앞에서 이끄는 사람이 A팀장이다. 어릴 적부터 자신은 지는 것을 참지 못했다며 자신이 속한 조직은 무조건 1등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A팀장의 팀 회의는 단순 명료하다. 매주 월요일 본부장 주관의 팀장 회의가 끝나면 팀 회의로 이어진다. 전 팀원이 회의실에 앉아 A팀장을 바라본다. A팀장은 한 명 한 명에게 업무를 지시한다. 자신 없는 표정을 보이는 팀원이 있으면 질책이 이어진다. 지시가 끝나면 “자 모두 파이팅”하며 일방적으로 회의를 마친다. 의견도 토의도 없고 지시만 있는 회의이다.
A팀에 신입사원이 배치되었다. 신입사원의 시각에서 볼 때 선배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팀장이 없는 자리에서는 “이 일은 지시한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지시한 방법으로 일한다.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뒤에서는 불만이 많다.
학력이나 경력, 인성이나 회사와 직무에 대한 충성도는 매우 높지만 열정이 없다. 시키는 일만 하려고 할 뿐 자신이 주관이 되어 의견을 내고 일을 만들어 하지 않는다. 수작업으로 하던 일을 전산 프로그램을 만들어 입력만 하면 결과물이 도출되도록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선배들은 좋은 생각이라고 하면서도 팀장에게 말하지 말라고 한다. 회의 시간에 용기를 내 1달 동안 근무하면서 자신이 느낀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팀장은 “너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은 알았고, 다음부터는 회의 시간에 불만을 토로하지 말라”고 하며 회의를 마친다.
팀 선배들은 팀장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논쟁이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성과를 내야만 하는 조직이 회사이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한 마음이 되어 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팀장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팀원들이 한 방향 정렬에 모두 공감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거침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다툼이나 갈등이 허용되어야 한다.
조직의 성장과 성과를 위해 보다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성숙한 프로 의식으로 조직이 살아 숨쉬며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 중심에 촉진자이며 조정자이고 결정자로서 팀장이 존재해야 한다. 사실 생각도, 토론이나 논쟁도 없이 시키는 일만 하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
조직이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구성원으로부터 샘솟아야 한다.
언제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것이 조직의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물론 말도 되지 않는 황당한 주장을 할 수가 있다. 조직의 성숙도와 품격이 중요하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회사가 나아갈 방향이나 목표에 대해 알고 있다. 무엇을 해야 되며 어떤 성과를 내야 하는가를 명확히 알고 있기에 그들의 말 한마디와 의견 제시에 무게가 있다.
조직 구성원 간에 보이지 않는 신뢰가 있다. 자신이 담당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행하기에 서로 믿고 존중한다.

어떻게 논쟁하는 조직을 만들 것인가?

회의 시, 침묵으로 일관하는 구성원을 보면 조직장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한 명씩 돌아가며 말을 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지만, 침묵하는 것을 깨기는 쉽지 않다.
발언을 하면 튄다는 말을 듣거나 불이익을 받는 조직문화가 침묵하는 중요 원인이기도 하다.
몰라서 발언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눈치를 보게 된다.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주도적이고 자율적으로 자신의 일을 수행하면서 조직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가게 하기 위해서는 ① 조직장의 전사적 관점의 열린 의사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성원은 자신의 담당 직무가 정해져 있다. 당연 자신이 직무가 가장 중요하다.
자신이 하는 일의 이익이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조직장이 전사적 관점에서 듣고 의견을 묻고 결정해야만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갈등이 사라지기도 한다.
② 토론이나 논쟁의 그라운드 룰이 필요하다.
부부싸움의 원인은 어느 경우, 사소한 부정적이거나 비난하는 생각 없는 말 한마디인 경우가 많다. 상대를 비난하거나, 상처를 주는 언행은 토론이나 논쟁에서 사용하면 안된다는 룰이 존재하고 지켜야 한다. 회사는 싸우기 위해 모인 곳이 아닌 성과를 내기 위해 모인 곳이다.
③ 보다 바람직한 결론을 내려는 공감대의 조성이다.
토론이나 논쟁이 심할수록 좋은 결론이 나오는 것은 보다 바람직한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식이 있다면, 논쟁이나 의견대립을 막을 이유가 없다.
④ 조직 내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직장은 구성원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 구성원도 프로의식을 갖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믿음을 줘야 한다. 개개인의 성과보다는 조직 전체의 성과가 보다 더 큰 성과임을 구성원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신뢰가 기반이 되어 조직이 운영되면 자연스럽게 구성원의 역량도 성장하게 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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