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ESG포럼2022...젠더혁신과 ESG 다루는 세션 개최

"젠더혁신은 기업에 리스크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젠더혁신은 기업에 리스크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젠더 이슈는 기업에 리스크가 아니라 기회로 보아야 합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념 등장 이전에는 기업이 효율성과 결과만을 보았다면, ESG 등장 이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3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제ESG협회가 주최한 2022 글로벌 ESG포럼의 3일차 '젠더혁신과 ESG 지속가능발전' 세션에서 발표자들은 입을 모아 이 같이 말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옥용식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ESG의 개념이 리처드 그레고리 교수의 '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3가지 기둥(pillar)를 세운 것에서부터 유래했다며 ESG의 개념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존 스톤 교수의 말을 인용해 학자마다 ESG의 정의가 다양하고 이에 따라 확산이 어려울 수 있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문제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기업과 투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비즈니스 원칙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보았다.

옥 교수는 "결국 ESG라는 것은 E와 S와 G를 들여다보는 렌즈"라며 "젠더이퀄리티의 경우도 사회뿐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모두에 영향을 주는 지속가능성(sustainablity)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며 "리스크보다 기회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류석현 UST 교수는 기업에서 오랫동안 R&D를 해왔던 경험을 언급하며 최근 기업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ESG 이전에는 기업이 결과지상주의였다면, ESG 등장 이후로 R&D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그 중 젠더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젠더 요소는 E,S,G 각 분야에 고루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젠더는 ESG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자 ESG에 미래와 진정성을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류 교수는 "ESG에서 젠더혁신이 일어나기 위해 의제선정 및 리더 육성, 교육 등이 중요하며, 업종 및 기업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젠더혁신이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한 이혜숙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소장은 과학기술 젠더혁신과 ESG평가라는 주제로 UN 지속가능발전목표와 젠더의 연계성에 대해 발표를 이어갔다. 이 소장은 "더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성별특성을 반영해 연구개발을 하고, 전 과정을 진행해야 하고, 기술과 서비스로 개발될 때도 전 과정에 있어 성별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를 봐야 한다"며 "이런 이슈를 반영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기본법에 성별특성을 반영하도록 내용이 개정됐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에도 기여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를 위해 젠더 인덱스가 여러 목표 안에서 개발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ESG 프레임 안에서도 젠더혁신 확산을 위해 정책적으로, 산업적으로도 다양한 조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영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실제 사무 공간에서의 젠더혁신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업무공간에 푸른 조명을 배치하면 여성에게서 우울증 발병이 높고, 야간 인공조명을 오래 사용할 경우 유방암에 걸리는 문제 등에 대해 소개했다. 열 쾌적성도 남성은 근육이 많은 서늘한 온도를 좋아하는 반면 여성은 좀 더 높은 온도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교수는 "실내 공기 정화, 습도, 온도 기준 등이 1960년대에 정복을 입고 네덜란드 은행에서 일하는 40대 남자 기준으로 표준을 만들었기 떄문에 여자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라며 "젠더를 잘 고려해 배치하는가가 기업 업무환경의 성패라고 할 수 있으며 ESG 측면에서도 젠더이노베이션을 고려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영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객원연구원은 국내 주요 자동차·화학 업종의 여성 임직원 비율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았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화학기업은 여성 임직원 비율이 10-14%에 불과했고 국내 자동차 기업은 여성 임직원 비율이 8%에 불과했다. 글로벌에서 여성 비율이 15-20% 수준에 달하는 것과 고려하면 매우 큰 차이다. 박 연구원은 자동차 안전시험에서 사용되는 충돌 인형도 젠더혁신의 측면에서 여성 더미와 임산부, 아이 더미가 만들어져 실험되어야 하며 볼보, 도요타 등 일부 기업들은 이를 자사의 차별점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ESG 프레임워크에서 사회 분야의 다양성·포용성, 구성원과 조직문화 측면에서 젠더평등 이슈를 바라보고 있는데, 젠더혁신 자체는 기업의 개발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 자체가 성별 특성을 반영하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제품과 전주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젠더 이슈를 고려해야 한다"고 맺었다.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는 젠더 다양성이 부족해 논란이 된 광고를 소개하면서 젠더 다양성이 왜 중요해지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기업은 젠더를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보지만, 이를 기회의 관점에서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비의 경우 다양한 모발과 스킨 컬러, 장애인, 흑인 등 다양한 바비를 선보이고 있으며 모든 피부톤에 대한 메이크업 제품을 개발한 펜티 뷰티의 경우가 그러한 예다. 박 대표는 "탄소중립에 대한 목표를 설정한 기업은 있지만 다양성에 대한 정량적 목표를 가진 국내 기업은 다섯 곳도 안 될 것"이라며 "국내기업이 해외기업만큼 다양성 목표를 반영할 수 있도록 KPI에 대한 반영 등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보화 삼일 PwC ESG플랫폼 이사는 국내 기업들은 젠더보다 DENI(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ality & Inclusion)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이해관계가 없거나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는 부문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특히 다양성을 위해서 네 가지 조언으로 △이사회의 다양성 확보 △리스크 관점이 아니라 기회 관점의 접근 △이니셔티브 참여 △글로벌 평가 대응 등을 꼽았다. 이 이사는 "기업의 입장에서 타깃고객을 위해 다양성을 고려해야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라며 "특히 에코디자인이라고 해서 설계부터 환경성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에서부터 DENI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