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또 하나의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유럽에서 승인을 받았다.

스위스 제약사 바이오에크는 ‘라니비시오’(성분명 라니비주맙)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기존 루센티스의 성인 대상 5가지 적응증에 대해 판매 허가를 받았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들 적응증은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AMD)을 포함해 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PDR), 맥락막 신생혈관(CNV) 등이다.

이번 승인은 지난 6월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발표한 허가 권고에 따라 이뤄졌다. 이에 따라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과 함께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에서 라니비시오의 판매가 가능해졌다. 라니비시오는 지난달 22일 영국에서 ‘온가비아’라는 이름으로 먼저 출시됐다.

바이오에크는 허가 신청과 함께 무작위, 이중 맹검, 다기관 임상 3상 연구 결과(데이터)를 제출했다. 이 임상에서 라니비시오는 AMD 환자에 대해 루센티스와 유사한 임상 효능 및 안전성을 보였다.

바이오에크는 제품 상업화를 위해 지난해 테바 파마슈티컬 인더스트리스와 라니비시오 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협업계약(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로써 테바는 유럽 및 캐나다, 이스라엘, 뉴질랜드에서 라니비시오를 독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루센티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4조4000억원에 달했다. 루센티스와 라니비시오의 주요 적응증 중 하나인 AMD는 망막에 혈관이 과도하게 성장해 시각 장애를 앓게 되는 질환이다. 심하면 실명을 겪을 수도 있다. 라니비시오는 이러한 혈관의 과도한 형성을 담당하는 혈관 내피 성장 인자(VEGF)를 억제한다.

바이오에크는 유럽 내 AMD 환자가 약 6700만명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AMD는 당뇨병을 앓는 성인 환자의 실명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이다. 선진국에서 심각한 시각 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2050년까지 최대 7700만명의 유럽인이 AMD의 영향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다.

바이오에크는 테바를 통해 내년 중 라니비시오의 유럽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변수는 특허다. 루센티스의 유럽 특허는 아직 만료되지 않은 상태다. 당초 루센티스의 유럽 물질특허 종료 시점이 지난달이었으나 원개발사인 제넨텍의 추가보호증명(SPC) 신청으로 특허보호 기간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SPC는 의약품 허가 등의 절차에 의해 줄어든 특허보호기간을 추가로 연장해주는 제도다. 루센티스의 SPC 만료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8월과 9월 각각 유럽과 미국에서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바이우비즈’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6월 바이우비즈를 미국에서 먼저 출시했다. 제넨텍과의 특허 합의를 통해서다.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전략이다. 단일 용량(0.5mg) 기준 바이우비즈의 가격은 1130달러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약 40% 저렴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종근당은 국내를 먼저 공략한다. 지난해 ‘CKD-701’의 국내 임상 3상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일동제약은 새로운 기전의 황반변성 신약 후보물질 ‘IDB0062’의 비임상을 진행 중이다. 기존 약을 장기간 투약하면 다양한 성장인자에 의해 신생혈관 우회경로가 활성화되는데, 이를 억제해 기존 약에 대한 내성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