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리는 이 불후의 명작을 영화로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2015년 개봉한 사이먼 커티스 감독의 영화 '우먼 인 골드'는 그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영화 첫 장면부터 클로징까지 이 작품을 전면에 내세워 매혹적인 아우라로 관객들을 사로잡죠. 아름다움 이면에 숨겨진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하며 찬란한 감동과 짜릿한 전율도 선사합니다.

아델레는 성공한 사업가 페르디난트 블로흐 바우어의 아내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유대인이었죠. 당시 유대인들은 사업을 통해 큰 부를 쌓았는데요. 이를 활용해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높였습니다. 당시 오스트리아 문화가 꽃 피게 된 것엔 이런 유대인 부호들의 힘이 컸습니다.
이 부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사람의 집은 클림트, 브람스, 말러 등 빈 주요 문화계 인사들이 드나들던 살롱의 역할을 했죠.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은 클림트가 페르디난트의 요청을 받아 그린 겁니다. 클림트는 '키스' 등 다양한 황금빛 작품을 남긴 화가로 잘 알려져 있죠. 그가 황금 장식 작품들을 만든 것은 세공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황금은 불멸의 아름다움, 부와 명예를 상징합니다. 그는 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반짝이고 빛나는 그림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때 유럽 전역에 유행하던 '아르누보' 양식도 결합했습니다. 아르누보는 '새로운 예술'이란 뜻으로, 정형화된 전통 예술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양식을 만들기 위한 운동의 일환이었습니다. 섬세한 곡선, 우아한 여성, 아름다운 꽃과 자연 등이 아르누보 양식에 해당합니다.

클림트는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그림에 인물 내면의 심리를 담아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작품에도 아델레의 숨겨진 아픔이 담겨 있습니다. 아델레는 기품 있으면서도 강인한 여성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감추고 싶은 사실이 한 가지 있었는데요. 어릴 때 사고로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크게 다친 겁니다. 그림에서 아델레가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고 있는 것은 오른손의 장애를 감추려는 모습입니다.
클림트는 얼굴을 제외한 대부분을 황금 장식으로 표현했지만, 손은 그대로 그렸습니다. 아픔을 숨기려 하기 보다,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을 담아 표현한거죠.

두 장의 초상화 이외에 다른 작품에도 아델레가 등장합니다. '유디트' 속 인물이 바로 아델레입니다. 이 그림에선 아델레의 모습이 매우 관능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클림트와 아델레가 연인 관계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영화는 실제 이 소송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아델레는 세상을 떠나며 페르디난트에게 클림트가 그린 그림들을 전부 오스트리아 정부에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나치가 이 그림들을 전부 몰수해 갔습니다.
종전 직후 페르디난트는 세상을 떠나며 그림의 소유권을 조카들에게 넘겼는데요. 그중 한 명인 알트만은 그림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그림 자체에 대한 소유욕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나치의 위협으로 가족을 뒤로한 채 미국으로 급히 망명해야 했던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아껴주었던 숙모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찾고 싶었던 거죠.

이후 이 그림은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 창업자의 아들 로널드 로더가 2006년 1억3500만 달러(당시 1297억원)에 작품을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클림트 애호가였던 그는 역대 최고가로 이 작품을 낙찰 받았습니다.
알트만은 판매 조건으로 그림이 대중에게 공개될 것을 내걸었고, 로더는 이를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그리하여 작품은 로더가 공동 투자한 뉴욕 노이에 갤러리에 전시됐고,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