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아이디어 작품 반영…뒤에서 안아 불안 달래주고, 집사-고양이 관계 비유

간단명료하게 말씀드리면 콩깍지가 쓰이면 다 사랑스러워 보이고 그러지 않나요?(웃음) 영우의 서툰 모습들도 이준호 입장에서는 사랑스러워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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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태오가 지난 18일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자폐를 가진 직장 동료를 장애인이 아니라 사람으로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설렘과 깊은 울림을 전했다.
'우영우' 종영을 앞두고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태오는 "작가님이 적어 주신 인물 설정을 보면 이준호는 금실 좋은 부모 아래에서 사랑받으며 바르게 자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준호는 가장 존경하는 어머니를 따라서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아쉽게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변호사 대신 송무팀 직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자기 위치에서 성실하게 할 일을 해내는 모습이 이준호의 인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태오는 "이준호는 어릴 적부터 변호사라는 직업을 동경했는데, 우영우가 기발한 발상으로 법정을 뒤집어놓는 모습을 보며 호감을 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랑에 빠진 결정적인 이유는 드라마에서 그려진 것처럼 우영우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게 됐을 때라고 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인기남' 이준호가 우영우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갑작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강태오는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할 수도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준호는 편견 없이 우영우를 대하고 우영우가 어려움을 겪을 때 사려 깊게 돕는다.
회전문 출입을 어려워하는 우영우에게 왈츠를 추듯이 함께 통과해보자고 제안하고, 감각 과부하로 괴로워하는 우영우를 꼭 껴안아 진정시키기도 한다.
강태오는 "이준호가 우영우를 이해하기 위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관해 공부한 것처럼 저도 함께 공부했다"며 "우영우를 뒤에서 껴안아서 달래는 건 제가 제안한 아이디어였다"고 했다.

'우영우' 극본을 맡은 문지원 작가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강태오 배우가 첫 미팅에서 이준호의 마음은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사람 같은 마음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강태오는 "강아지를 산책할 때는 보호자가 목줄을 끌고 가면서 위험한 곳에 못 가도록 막지만, 고양이를 산책할 때는 보호자가 한 발 뒤로 물러나 걸으면서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고양이의 특성을 존중하고 보살피는 느낌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폐 특성상 자기 세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우영우는 이준호와 연애를 시작하고 함께 발맞춰 성장한다.
이준호는 갑자기 전화를 끊으려는 우영우에게 "앞으로는 저도 끊고 싶은지 확인해달라"고 말하고, 일방적으로 데이트 계획을 짜는 우영우에게 "돌고래 해방 시위 등은 조금 낯설고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모든 것이 처음인 우영우는 "키스할 때 원래 이렇게 이빨이 부딪힙니까?"라고 묻는데, 이준호는 그런 우영우에게 "입을 조금 더 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눈도 좀 더 감아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라고 말한다.
강태오는 "대사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컸고 촬영을 시작하기 전까지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확신이 없었다"며 "최대한 그냥 현장에서 느낀 그대로를 표현했는데 시청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준호라는 캐릭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회전문 왈츠' 장면에서 가장 잘 드러나요.
이준호는 회전문을 무서워하는 우영우에게 옆문으로 나가라고 하지도, 무작정 회전문을 잡아주지도 않아요.
통과하지 못하는 장애물을 넘을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고 기다려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