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임은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입니다.

익숙한 일상에 질문을 던지기를 바랍니다.

"
시각적 착시를 활용하는 아르헨티나 설치미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49)의 개인전 '바티망(Batiment)'이 29일부터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개막한다.

전시의 대표작은 프랑스어로 건물을 뜻하는 '바티망'이다.

바닥에 놓인 건물의 정면부(파사드)에 관객이 누우면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대형 거울에는 관객이 건물에 매달린 것처럼 비치는 설치 작품이다.

'바티망'은 2004년 프랑스 파리에서 공개된 이후 영국과 독일, 호주, 스위스, 일본, 중국 등지에서 순회 전시가 진행됐으며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인다.

에를리치는 27일 전시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제 작품의 핵심 요소는 2가지"라며 "첫 번째는 현실을 이해하는 것으로 실재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고 둘째는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제 작품은 탐험에 가깝다"며 "관객이 체험을 통해 스스로 질문하고 현실을 더 자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인간은 사실적인 경험만큼이나 교육 혹은 들은 내용이 합쳐져 만들어 낸 추상적 개념을 토대로 결론을 내린다"며 "착시는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바티망 외에도 관람객의 참여로 이뤄지는 작품 '잃어버린 정원'(2009년 작)과 '교실'(2017년 작)을 선보인다.

거울을 매개로 공간에 대한 관념을 환기하기 위해 제작한 '잃어버린 정원'은 전시장 벽 속에 숨어 있는 유리창으로 정원을 보면 정원 반대편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교실'도 관객이 거울 앞에 서면 거울 뒤로 펼쳐진 옛 교실의 모습과 현재 자신의 모습이 합쳐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장면을 만들어 낸다.

이 밖에 작가의 대표작인 '수영장', '뇌', '계단', '뿌리째 뽑힌', '메종 폰드', '퍼니처 리프트', '상징의 민주주의'를 촬영한 사진 등도 전시된다.

전시 기간은 12월 28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