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오페라발레 첫 亞 에투알
입단 10년 만에 최고 무용수로
"맡은 일 꾸준히 하니 인정받았다"
'에투알 갈라'로 28·29일 내한공연
1부 메인 '인 더 나이트' 선보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대미 장식
경험 못한 새 작품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주로 클래식 발레 해와
'마농' 등 드라마 발레 주역 맡고파"
발레리나 박세은(33)이 에투알 승급 이후 1년여 만에 첫 고국 무대를 갖는다. 오는 28일과 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POB의 동료 에투알들과 함께 ‘2022 에투알 갈라’ 공연을 이끈다. 25일 서울 능동 세종대 캠퍼스 용덕관에서 오전 공연 연습을 마친 박세은을 만났다.
“프랑스에서 10년여간 발레를 하면서 한국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춤을 가지고 왔어요. 파리 오페라 발레 무용수들이 출 때 느낌을 더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작품들이죠. 에투알이 되기 전인 2018년부터 한국에서 갈라 공연을 추진해 왔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찮다가 이번에 마침내 올리게 돼 너무 설레고 기쁩니다.”
2011년 준단원으로 POB에 발을 디딘 박세은은 이듬해 정단원, 2013년 코리페(군무 리더), 2014년 쉬레(솔리스트), 2016년 프리미에르 당쇠르(제1 무용수)로 한 계단씩 착실히 밟아 입단 10년 만에 최고 무용수 자리에 올랐다. ‘순혈주의’가 강한 보수적 색채의 POB에서 부당한 대우는 받지 않았을까. “인종 차별 같은 것은 못 느꼈어요. ‘나는 잘하는 데 왜 남들이 알아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적은 거의 없어요. ‘프랑스 스타일의 발레를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자세로 맡은 일을 꾸준히 해가니 제 춤을 인정하고 알아주는 팬들이 차츰 늘어났어요. 그동안 발레단이 원하는 스타일로 제가 변하고 성장해온 걸 느낍니다.”
이번 ‘에투알 갈라’는 POB의 1993년 세종문화회관 ‘지젤’ 전막 공연 이후 두 번째 내한 공연이다. 파리 현지 가르니에 극장과 바스티유 극장에서 공연되는 시즌 레퍼토리 가운데 고전 발레와 모던 발레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조지 발란신의 ‘한여름 밤의 꿈’ 중 디베르티스망 파드되, 크리스토퍼 월든의 ‘애프터 더 레인’, 제롬 로빈스의 ‘인 더 나이트’, 롤랑 프티의 ‘랑데부’, 미하일 포킨의 ‘빈사의 백조’, 루돌프 누레예프의 ‘로미와와 줄리엣’ 중 발코니 파드되 등 발레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다. 박세은과 POB의 간판 발레리나인 도로테 질베르, 발랑틴 콜라상트, 발레리노 폴 마르크와 제르망 루베 등 에투알 5명을 비롯해 모두 10명의 무용수가 무대에 오른다.
“제가 아끼고 좋아하는 실력파 무용수들입니다. 올 시즌(2021~2022)을 마감하는 갈라 공연 투어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이어 서울에서 마무리하는 것이라 다들 지쳐 있기는 해요. 그런데 가장 지치고 힘들어할 때 좋은 춤이 나오거든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박세은은 1부 메인 프로그램인 모던 발레 ‘인 더 나이트’의 첫 커플 춤과 공연 대미를 장식하는 고전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파드되에 나선다. 에투알 승급 무대의 파트너였던 폴 마르크와 함께다. “쇼팽의 ‘녹턴’에 맞춰 추는 ‘인 더 나이트’는 처음 봤을 때 ‘이 춤은 프랑스 사람들이 잘 추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아하고 섬세하면서도 극적인 요소를 잘 살려야 하는 프랑스 스타일이에요. 누레예프의 파드되(로미오와 줄리엣)는 심정지가 올 정도로 최고난도의 테크닉을 요구해요. 박자를 쪼개 스텝을 밟아야 하거든요. 이런 어려운 테크닉을 프랑스 스타일대로 쉽게 풀어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박세은은 올 시즌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의 주역을 맡았고, 이달 초 ‘지젤’ 데뷔 무대도 가졌다. 그는 “지금까지는 주로 POB에서 클래식 발레를 해 왔다”며 “앞으로는 ‘마농’ ‘카멜리아 레이디’ 등 그동안 해보지 못한 드라마 발레의 주역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