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찔한 높이의 하이힐 위에 서서 자신을 향한 차별의 시선들을 우아하게 내려다보며 "너 자신이 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쳐"라고 말하는 롤라. 관객이 그와 사랑에 빠지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 없었다.

2012년 미국 시카고에서 초연한 뒤 국내에서는 2014년 라이선스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이래 2016년과 2018년, 2020년에도 무대에 오르며 꾸준히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이 5번째 시즌이다.
폐업 위기에 처한 구두 공장을 살리려는 찰리와 편견에 굴하지 않고 세상을 상대로 '나다움'을 지키려 싸우는 드랙퀸 롤라의 성장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형형색색의 하이힐 부츠를 신고 춤추는 무대를 통해 누구든 타인의 시선과 관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축제의 장을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5월 개막한 뮤지컬 '아이다'에서 강인한 장군 라다메스를 연기한 최재림은 이번 공연에서는 도도하고 새침한 롤라 그 자체가 되어 무대에 섰다.
아버지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초보 사장 찰리 역의 이석훈은 공연 내내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 최재림과의 '케미'(케미스트리·연기 호흡)를 선보였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스토리 진행에 대한 섬세한 설명은 부족한 편이지만, 높은 하이힐을 신고 선보이는 화려한 군무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빈자리를 메우기 충분하다.

관객들이 무대 위 배우의 열창과 애드리브에 실시간으로 호흡을 맞추며 탄성을 지르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배우들도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이 끝난 뒤 인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로렌 역 김지우는 "'킹키부츠'에서 이렇게 꽉 찬 관객석을 만나는 건 (2018년 이후) 4년 만"이라며 "첫 곡을 마치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두 울먹일 정도로 관객분들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10월 23일까지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