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 갤이 쓴 '과학혁명의 기원' 출간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가 하늘과 땅의 천문학적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마련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시대와 그 이전 시대의 수많은 천문학자, 수학자, 자연철학자가 이룩한 지적 자원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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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 갤 시드니과학기반센터 회장이 쓴 '과학혁명의 기원'(모티브북)은 2천여 년 서구 과학사를 집대성한 꽤 도전적인 책이다.

저자는 인류의 지적 형성물인 과학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그리스 피타고라스 시대(B.C 5세기)부터 뉴턴의 걸작 '프린키피아'(1687년) 출간까지 장구한 세월 속에 명멸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저자는 아르키메데스, 갈릴레이, 뉴턴처럼 이른바 천재형 과학자들이 갑자기 등장해 법칙을 발견하고, 진리를 규명하면서 과학을 발전시켰다고 보지 않는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성당이 중축과 보수를 거듭하며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과학도 수많은 과학자의 손을 거쳐 이룩된 업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는 과학적 진보가 혁명적 변화 속에 존재한다는 토머스 쿤의 주장과 배치된다.

과학의 발전은 앞선 시대 과학자들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나아가 과학은 인간의 위대한 성취지만, 실제로는 임의적이고 불완전하며 여러 우연이 겹쳐 탄생한 역사적 산물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지금은 과학에 필요한 실험과 증명이라는 개념도 필연적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성된 관행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과학의 역사를 재구성하면서 과학의 테두리 안에서만 과학을 다루지 않는다.

과학이 당대 문화와 사회, 경제, 종교와 복잡한 관계를 맺으며 진화한 '지식의 전통'임을 강조한다.

그리스 자연철학과 이슬람 과학, 중세 건축, 유럽의 신항로 개척, 르네상스, 마법과 연금술, 천문학과 의학에 이르는 다양한 지적 세계가 책에 담긴 이유다.

책에는 수학 증명이 등장한다.

수·과학에 흥미 있는 독자라면 읽기에 도전해볼 만하지만, 수학적 증명과 설명 부분을 건너뛰고 읽어도 무방하다.

하인해 옮김. 544쪽. 2만9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