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하락장에서 일종의 피난처로 여겨지던 종목이 상장 리츠입니다.

알짜 부동산을 싸게 사들인 뒤 높은 임대수익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주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상장 리츠가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김종학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올초 신고가를 쓰던 상장 리츠의 주가가 꺾이기 시작한 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본격화 된 지난 5월 이후 부터입니다.

상장 리츠 가운데 가장 시가총액(12일 기준 1.3조 원)이 가장 큰 롯데리츠는 지난달 고점에서 15% 하락했고, 제이알글로벌리츠는 27%, 최근에 상장한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35%나 하락했습니다.

불과 두 달 만에 상장리츠 주가가 급락해 이번 주에만 13개가 52주 신저가를 썼고, 대부분이 코스피보다 하락폭이 더 컸습니다.

증권업계는 최근 상장 리츠가 동반 하락한 가장 큰 원인으로 대출 금리의 가파른 상승 속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배상영 /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연구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굉장히 높아지면서 금리 상승하는 속도와 폭도 기존보다 훨씬 빨라졌고 그렇다보니까.. 개별 리츠별로 봤을 때 리파이낸싱이 빨리 돌아오는 경우에는 이자 비용의 증가를 임대료 증가로 상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그런 힘든 구간이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들은 지난해까지 물류, 오피스 빌딩 매입을 위한 선순위 대출로 연 2.5% 수준의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해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 금리가 연 5%까지 뛰면서 리파이낸싱할 경우 적용받는 금리가 1년 만에 두 배나 높아진 겁니다.

투자자의 자금과 은행 대출 등으로 부동산을 사들여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배당하는 상장 리츠의 수익구조상,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배당액이 자연스레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박우철 / 신한리츠운용 투자운용1부 상무]

"다른 리츠들은 이렇게 안 되어 있어요. 어떤 리츠들, 쇼핑몰을 담은 리츠는 처음부터 임대 만기가 10년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그런 리츠들은 임대 만기가 안 돌아오니까, 임대료는 꾸준하게 가는데 대출 이자만 얻어맞는 상황이 온거죠."

롯데리츠는 올해에만 6천억 원 규모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지금 속도로 금리가 오를 경우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수익률이 0.3%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자산매입을 위해 4,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려다 일정을 보류하는 등 자금조달 우려까지 키웠습니다.

올해 80조 6천억 원 규모로 5년 만에 급성장한 국내 리츠 시장이 금리인상 이후 이어질 부동산 시장의 자금 경색과 기관 자금 이탈 우려 속에 '미운 오리 새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김종학 기자·배성재 기자 jhkim@wowtv.co.kr
인플레 피난처라더니…금리인상 직격탄 맞은 '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