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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문화 사회는 그 사회의 역동성을 드러낸다.
이처럼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말이 때론 상처와 동의어가 되기도 한다.
초등학생 유진이의 경우가 그랬다.
유진이는 학교에만 가면 '다문화'라고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했다.
"나는 학교에만 오면 애들이 다문화라고 놀렸어. 외국인이냐고 무시하고…(중략). 싸울 때는 내 약점을 아니까 애들이 질 것 같으면 다문화라고 해. 5학년 때는 자주 울었어."
최근 출간된 '공감대화'(푸른 숲)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 탈북민, 고려인 청소년, 이주여성, 사할린 교포, 중국 교포 등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정병호 한양대 명예교수, 교육학자 김기영, 문화인류학자 조일동 등 8명의 연구자가 지난 10년간 약 50차례에 걸쳐 다양한 소수자들이 참여한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고, 책은 그들이 나눈 대화를 수록했다.
저자들은 참가자들의 대화를 '공감대화'라고 이름 지었다.
저자들에 따르면 공감대화는 "평등한 조건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집단 대화 프로그램"이다.
토론과 비판은 될 수 있는 대로 삼가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경청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책은 한국 사회에 사는 소수자들의 다양한 사연을 소개하는 한편, 대화 참여자들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담한 필치로 그린다.
저자들은 '공감대화'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경계를 넘어 '존중과 화합'으로 가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푸른숲. 312쪽. 1만8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