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눈높이 맞춘 '정면 초상화' 보며 교감할 수 있기를"
사진 같은 맹수의 눈에는 슬픔이 언뜻 비친다.
먹잇감을 노려보는 사나운 눈이 아니라, 할 말이 있다는 듯한 눈이다.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15일 개막한 고상우(44) 개인전 '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에 전시된 동물들의 초상화는 모두 정면을 똑바로 보고 있다.
화면 중심에 좌우대칭의 구도를 갖춘 정면 초상화는 권위를 부여하거나, 인물의 성품, 사상, 감정 등을 강하게 전달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형식을 동물에 적용함으로써 작가는 종의 평등을 역설한다.
전시장에서 만나 고상우 작가는 "사진을 찍을 때 동물들과 눈동자를 마주치려고 노력했다.
눈을 피하면 교감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관객들이 교감할 수 있도록 정면 초상화 형식으로 눈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과 눈높이를 맞출 때 비로소 동등한 시각에서 그들과 대화할 수 있고, 이런 시도는 인간과 동물이 공생하는 사회에 대한 염원에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중고등학생 때 격은 인종차별을 전복하기 위해 그는 자신을 촬영한 사진을 반전시켰다.
그의 노란 피부색은 보색인 푸른색으로 표현돼 우울감을 주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런 작가의 예술적 태도는 이번 전시에도 이어진다.
동물의 털에 청색을 썼고, 인간의 종차별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담았다.
멸종위기 동물도 자신처럼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작업을 시작했다는 그는 "먼저 친밀감을 느낀 대상은 어쩔 수 없이 노란 피부를 가진 동물이었다"며 "3년 전 호랑이와 사자를 시작으로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동물들과 교감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고상우는 "멸종위기 동물의 심장 박동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하트를 넣었다"며 "동물의 심장도 사람처럼 하트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판다에는 눈 대신 가슴에 하트를 그렸다.
그는 "판다는 개체 수가 증가한 유일한 긍정적 사례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표범은 럭셔리 브랜드들에 많이 이용당하는 동물"이라며 '다이아몬드 채굴을 위해 인간이 얼마나 많이 자연을 훼손하는가'라는 질문도 던지는 의미라고 밝혔다.
작가의 표현 양식은 디지털 회화, NFT(대체불가토큰) 등으로 발전했다.
동물원이나 동물보호소 등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드로잉을 한 뒤에는 100% 디지털펜으로 작업한다.
작가가 구성한 팀은 각자 눈동자, 코, 입 등의 부분을 맡아 그리며 긴 코털은 전체를 합친 뒤 맨 나중에 그려 넣는다.
작품 1점의 파일 크기는 약 10GB(기가바이트) 정도로 전시 작품(150×150㎝)에서는 미세한 잔털 하나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작가는 가로와 세로 각각 5m 크기로 출력해도 품질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종전의 사진에서는 우울감이 강했다면, 동물 초상화에서는 채도를 높인 파란색을 사용해 환상적인 분위기도 연출한다.
고상우는 사비나미술관이 2019년 개최한 전시회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에서 동물 초상화를 처음 전시했다.
이후 3년 동안 연작으로 작업한 초상화 34점과 영어단어 공존(coexist)에 자신의 성을 적용해 동물과 공생하자는 캠페인 '#KOHEXIST'의 작업인 드로잉 138점 등을 전시한다.
WWF가 지난 12년 동안 진행한 야생 호랑이 개체 수 2배 늘리기 프로젝트(TX2)도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