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을 위반하면 거래대금의 10%를 몰수당하거나 손해본다는 것이 사회통념인 것 같다. 그러나,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우선, 계약위반에 따른 대금의 10%몰수는 계약상으로 그러한 취지의 위약금조항이 존재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시말하면, 계약상으로 위약금조항이 없다면 10%를 당연히 몰수할 수는 없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위약금조항이 계약에 없다고 하더라도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금을 몰수할 수 있다는 관습법이 존재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위약금조항은 어떤 내용이고, 유사한 해약금조항과의 차이 등에 대해서는 <매매계약 깨져도 계약금 반드시 포기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종전 글에 자세히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대금의 10%를 몰수(배상)한다는 위약금조항이 계약상 존재한다면 계약을 위반한 사람으로서는 대금의 10%를 반드시 몰수당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 점에 관해서는 민법 398조 1항에서,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2항에서 “손해배상의 예정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4항에서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약금약정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에서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금액으로 감액될 수 있는데, 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정한 경우에는 감액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일까? 다시말하면, 대금의 10%로 정한 위약금은 항상 적당한 것으로 판단되어 감액될 수 없는 것일까?

이 점에 관해 대법원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 함은, 계약당사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사회관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하여,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틀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판단은 사안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 1989. 12. 12. 선고 89다카10811호 판결은, 대금 935,000,000원의 부동산매매계약에서 95,000,000을 위약금으로 한 것을 하급심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하여 6천만원으로 감액한 사안에서, “계약당시의 거래관행”이라는 이유로 6천만원으로의 감액이 잘못되었다고 하여 파기환송하고 있다. 이 판례에 따르면, 일응 대금의 10% 정도로 정한 위약금은 적절하다고하여, 감액될 여지는 적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대법원 1988. 4. 12. 선고 87다카685 판결은, 대금 410,000,000원에 계약금 4천만원으로 체결되었으나, 매수인이 중도금, 잔금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여 매도인이 해제통고하고 4천만원을 몰수한 사안에서, 위약금 4천만원이 부당히 과다하다고 하여 2천만원으로 감액한 원심판단을 수긍하고 있다. 결국, 위약금이 대금의 10% 이하로 감액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안은, 매매계약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매수인이 오인하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점, 그 동안 부동산가격이 상승한 점 등을 특별히 고려하여, 대금의 10%로 정한 위약금이 과다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다50350호 판결은, 비록 대금의 10%로 정해진 위약금약정을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10% 위약금을 감액할 수 있는 사유로 채권자가 손해를 입지 않았거나, 그 손해액이 매우 적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거론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판례를 종합해 본다면, 구체적인 사정하에서 대금의 10% 이하로도 위약금이 감액될 수 있는 소지는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대금의 10%를 넘는 금액으로 위약금약정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10%를 초과한 금액이 당연히 반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88. 12. 6. 선고 87다카2739호 판결은, 대금 2억7천만원의 공장매매계약에서 9천만원의 위약금이 약정된 사안에서, “얼핏 과다한 배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매수인이 중도금만을 지급하고 목적물 일체를 명도받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그 운영수익에 따른 대가와 시설의 사용에 따른 매도인의 손해 등을 감안할 때” 부당하게 과다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밖에 여러 하급심판결에서도, 10% 이상으로 위약금약정된 사안에서 반드시 10%로 감액하지 않고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감액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감액하더라도 대금의 10% 이상의 금액으로 위약금을 정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 판례를 종합해 보면, 일응은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당사자가 약정한 위약금액수가 높으면, 감액을 하더라도 대금의 10%를 초과하는 선에서 위약금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고려해 볼 점은, 예를들어 임대차계약의 경우와 같이 보증금 뿐 아니라 월세가 함께 존재하는 경우에 어떤 기준으로 거래금액(규모)를 산정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만약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으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고, 계약금 2천만원만 지급된 후 더 이상 보증금이 납부하지 않아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 계약서상의 위약금조항에 따라 계약금 2천만원을 위약금으로 임대인이 몰수했다면, 어떠한 기준으로 거래금액을 정할 수 있을까? 이 경우 역시 일률적인 기준이 없다. 월세가 포함된 임대차계약은 일응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에서 정하는 환산보증금으로 거래금액을 계산해 볼 수 있지만{이 경우 위 계약은 환산보증금이 2억원<1억원 + (100만원 × 100)>}, 환산보증금계산방식은 거래금액을 계산하는 일응의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법원으로서는 사회통념적인 계산방식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거래대금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위약금 10%룰은 모든 계약에서 적용될 수 있는 철칙이 아니라는 점에서, 계약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말고 각자의 권리주장을 적극적으로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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