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조형 작품 520점 전시…월드투어 서울서 스타트
"사진 보고 DDP서 전시하고 싶었다…광장시장 부침개·상인들 덕에 좋은 기억"
"저는 언어 구사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게 더 쉬웠어요.

"
영화감독 팀 버튼은 자신의 유년시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성적인데다 공동묘지를 자주 찾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독특한 성격은 나중에 기괴하지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캐릭터들에 투영됐다.

팀 버튼이 영화 아닌 그림과 조형 작품들을 가지고 한국을 찾았다.

오는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전시관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더 월드 오브 팀 버튼'은 자신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월드투어 프로젝트의 첫 전시다.

개막에 앞서 29일 기자들과 만난 팀 버튼은 "전시를 관람하는 어린이들이 사진이든, 영화든, 그림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즐기는 데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며 "'나도 그릴 수 있겠다, 나도 그려보고 싶다' 이런 영감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팀 버튼이 어린 시절 그린 스케치부터 회화·드로잉·사진·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매체로 제작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영화제작을 위해 만든 캐릭터 모델까지 합하면 모두 520여 점에 달한다.

전시는 '유머와 공포', '오해받는 낙오자', '세계여행' 등 팀 버튼의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열 가지 주제로 나뉘어 구성됐다.

노트와 드로잉 원본, 식당 냅킨에 기록한 메모, 영화 콘셉트 드로잉과 대본 등에서 '비틀쥬스'와 '가위손' 등 그의 영화들이 탄생한 과정을 되짚어볼 수 있다.

마지막 섹션 '팀 버튼 스튜디오'는 그가 그림을 그리고 신작을 구상하는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했다.

곧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웬즈데이'를 비롯해 최근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그림들이 메모보드에 붙어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팀 버튼 전시의 상징인 '벌룬 보이'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는 높이 8.5m짜리 대형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2012년 전시 이후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한 팀 버튼은 당시 광장시장에서 먹은 부침개와 상인들의 따뜻한 마음씨 덕분에 서울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우주선 같은 공간 안에 들어와 있으니까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며 전시가 열리는 공간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건축은 영화 제작과 비슷한 창작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유작인 이 건축물의 아름다운 디자인을 사진으로 먼저 보고 이곳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전시에서는 팀 버튼이 1982년 처음 만든 6분짜리 단편영화 '빈센트'도 관람할 수 있다.

40년 동안 영화를 만들어온 팀 버튼은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성장에도 영화관의 미래를 낙관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고 영화산업이 변화하는 와중에 코로나19로 그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고 생각해요.

스트리밍은 굉장히 강력한 시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팀 버튼은 어린 시절 자신과 닮은 내향적 성격의 어린이들에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게 당연하다"며 "그림이든 음악이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시는 9월 12일까지. 입장권은 나이에 따라 8천∼2만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