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운 국악원장 "현장 활용 위해 연주자·악기장인 협력 중요"

국립국악원은 기획전 '변화와 확장의 꿈'을 서울 서초구 국악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19일부터 5월 15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립국악원은 1964년부터 국악기 본래의 정서와 특징에 맞춰 악기를 개량해 왔다.
이번 전시는 기존 악기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은 살려 개량한 악기 40여 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이날 국악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젊은 음악인이나 학생, 일반 대중이 국악기 개량 과정이나 역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그간 국립국악원이 고민했던 여러 가지 점들을 모아서 대중에게 선보이고, 또 개량을 위한 지혜를 모아보고자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악기 개량의 길을 따라서'에선 국악기 개량의 흐름과 역사를 소개한다.
1963년 발족한 국악기개량위원회는 이듬해부터 1989년까지 네 차례에 걸친 사업으로 31종 228개 악기를 개량했다.
한쪽에는 1960년대 국악기개량위원회 회의록과 1967년 개량국악기 전시회의 팸플릿이 전시돼 있다.
국악기개량위원회 회의록에는 손글씨로 '악기를 개량할 때 원형 없는 개량은 있을 수 없다', '옛날 모습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등의 문구가 기록돼 있다.
이곳을 지나면 음역과 음량을 개량한 국악기들이 눈길을 끈다.
1960년대 국악관현악단이 창단하면서 전통 국악기에서 취약했던 저음역대와 다양한 음악을 수용하기 위한 보다 폭넓은 음역대의 악기가 개발됐다.

현대에 접어들어 전통 국악기가 한옥이나 야외 공간 등을 벗어나 다양한 공간에서 연주됨에 따라 음량을 개량한 국악기도 선보인다.
울림통을 키우고 공명혈(共鳴血, 울림통 내부 소리를 밖으로 내보내는 구멍)의 위치와 개수를 늘린 가야금·아쟁·거문고, 확성기처럼 소리가 뻗어나가게 제작한 나팔 모양 해금, 특정 장치를 달아 음의 높낮이를 조정하는 가야금이 전시돼 있다.
반사판을 달아 음량을 키워주는 현악기 받침대, 실내연주를 위해 음량을 감소시킨 태평소, 음량 저감 장구와 꽹과리채도 함께 선보인다.
이어진 공간에선 국악기 보급을 위해 구조와 재료를 개량한 악기를 전시한다.
천연 대나무 대신 폴리염화비닐(PVC)과 철재, 일반 목재 등으로 만든 단소, 소금, 대금, 피리 등의 관악기와 구하기 어려운 소라 껍데기 대신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제작한 나각도 볼 수 있다.
세종대왕 때 제작된 음을 확인하는 도구인 '율관' 복원품도 전시돼 있다.
마지막 '국악기, 교실안으로 들어가다'는 체험 코너다.
어려서부터 국악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주자는 뜻으로 국립국악원이 2018년부터 개발한 운라, 향발, 바라 등 10종의 교육용 국악기를 만날 수 있다.

김영운 원장은 흔히 전통 국악기로 알았던 악기 중에 25현 가야금이나 '산조'라는 기악 독주곡에 사용되는 산조아쟁은 개량된 국악기라면서 "음악적인 요구에 의해 악기가 개량되기도 하고, 새로운 악기가 만들어지면 음악가들이 새로운 음악을 만들 수도 있다.
(개량 국악기 활용을 위해선) 연주자와 악기 장인들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30일 오전 11시에 국악기 개량의 흐름과 의미를 소개하는 특강을 진행하고, 다음 달 7일 오전 11시에는 김현곤 악기장과 국립국악원 윤권영 연구원이 국악기 개량 사업 관련 경험을 대담 형식으로 전한다.
전시 관람은 무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