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중국은 세계 최강 미국에 필적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양국 간 무역 갈등이 날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이 전방위 압박에 나서자 '패권 경쟁', '세계 경제의 뇌관' 등으로 표현되는 날카로운 양국 대립에 전 세계가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중국은 지난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중화 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처럼 두 나라가 서로를 강력히 견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 틈새에서 한국은 어떤 외교를 펼쳐야 할까? 답을 찾기 위해선 양대 강국의 본질과 역사부터 살펴봐야 한다.
신간 '중국과 미국, 무역과 외교 전쟁의 역사'는 양국 외교에 큰 영향을 끼쳤던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저자 왕위안총(王元崇·43)은 중국 산둥성 출신으로 베이징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학자로, 이번 책을 통해 개방과 배척, 패권과 공존의 양국 역사 100년을 촘촘하게 탐색했다.


미국은 건국 8년 후인 1784년부터 중국 무역에 뛰어들어 다사다난한 교류를 이어왔다.
미국 상인들은 신흥국의 패기를 앞세워 비단, 칠기, 차와 같은 중국 상품을 싣고 쉼 없이 대양을 건넜다.
하지만 1821년 발생한 에밀리호 사건을 계기로 양국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미국 상선 에밀리호의 선원이 중국 광저우에서 민간인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다.
특히 1840년에 터진 아편전쟁으로 변화는 급격히 진행됐다.
아편전쟁이라고 하면 흔히 영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생각하지만, 미국 역시 아편 공급에 합류하며 자국 경제의 부흥을 꾀했다.
크게 '장사를 할 곳'인 중국은 '미국의 가치관을 전파할 곳'이기도 했다.
이에 날로 쓰러져 가는 나라를 지켜보던 중국 백성들이 급기야 들고 일어섰고, 19세기 초에 중국은 전제 왕권 국가에서 짧은 공화정을 거쳐 사회주의 정부 수립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급변을 겪게 된다.
책은 중국과 미국의 외교 비사, 무역 과정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지난 세기의 다양한 사건들과 역사적 장면들을 방대한 분량으로 상세히 담았다.
1872년 청나라가 최초로 30명의 유학생을 미국에 보내고, 1882년 미국이 중국인을 배척하는 '배화법'을 제정하며, 1901년 청나라가 미국 등 11개국과 굴욕적인 신축조약(辛丑條約·베이징 의정서)에 서명하는 장면 등이다.
중국으로선 19~20세기의 양국 교류가 치욕의 나날이었다.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중국은 개혁개방, 50여 년의 중흥을 거쳐 세계 무대로 돌아왔지만 미국의 태도는 19세기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대중국 외교는 여전히 경제 논리가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죽의 장막' 너머를 보는 시각에 변화가 없는 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양국의 마찰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저자는 19~20세기 국제사회의 움직임 속에 조선(대한제국)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도 언급해 눈길을 끈다.
중국 중심 외교에서 탈피해 세계 무대로 진출하려던 조선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엿볼 수 있다.
근세 중국사와 동아시아 외교사 전공자인 저자는 2010년과 2011년에 연세대에서 한국학 연구원을 지낸 바 있다.
책을 번역한 이화승 서울디지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미 양국은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쳐왔고, 한국은 여전히 양국 충돌의 최전선에 있다.
21세기에 한·중·미 삼국은 경제·외교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외교 정책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행성B. 540쪽. 2만5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