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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첫 한국 공연이 너무 기대됩니다.
"
한국을 자주 찾았던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74)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5년 만의 내한을 앞둔 소감을 이같이 밝히고, "(내한이) 24번째인 것 같은데, 가장 그리웠던 건 한국의 관객이었다"고 밝혔다.
마이스키가 오는 29일 군산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다음 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와 함께 리사이틀을 펼친다.
그는 팬데믹을 겪는 동안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특히 대중 앞에서의 연주가 중요한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온라인 콘서트나 실황중계 같은 공연이 있었지만, 결코 (오프라인) 공연과 같지는 않았다.
마침내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라트비아 태생의 마이스키는 전설적인 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와 피아티고르스키를 사사한 우리 시대의 대표 음악가다.
독특한 해석과 자유분방한 연주 스타일로 유명한 그는 1985년부터 도이체 그라모폰 전속 아티스트로서 35장이 넘는 앨범을 발매했다.
그는 2005년부터 딸 릴리(35), 아들 사샤(33·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자주 무대에 서고 있다.
요즘에는 아들 막시밀리안(17·피아니스트)과도 연주한다.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걸 항상 꿈꿔왔습니다.
다양한 공연에서 함께 연주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에요.
이건 정말 멋진 일이죠. 앞으로도 아이들과 더 많이 연주할 수 있도록 건강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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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바이올린을 위해 작곡된 곡으로, 이번 무대에선 첼로를 위해 편곡한 버전으로 들려준다.
2부에선 2019년 발매한 '20세기 클래식' 앨범 수록곡 중 브리튼 첼로 소나타 C장조와 피아졸라 '르 그랑 탱고'를 연주한다.
이 두 곡은 스승 로스트로포비치에게 헌정된 곡이기도 하다.
그는 "브리튼 첼로 소나타는 매번 관객들에게 가장 큰 호평을 받았다.
아마 기대하지 않았다가 놀라운 곡인 걸 알게 돼 그런 것 같다.
한국 관객들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어 "브리튼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스승님이 첼로를 연주하는 걸 들었는데 진짜 대단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의 음악은 유독 마음에 와닿는다.
브리튼은 20세기 최고의 낭만주의 작곡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정말 아름다워 연주가 즐겁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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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운이 좋게도 몸 상태가 매우 좋다.
아직 나이를 크게 체감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많은 꿈을 꾸고 있다는 그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오래 살지만, 젊게 죽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건 무척 중요하고, 바로 그게 차이를 만든다.
죽을 때까지 젊음을 유지하고, 주어진 시간이 많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가 여섯 명이고, 막내는 겨우 7살이다.
아이들이 모두 성장하는 것을 보고, 언젠가 손주까지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서는 모든 무대가 "하이라이트 공연"이라고 했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어떤 일이든 애정을 갖고 모든 걸 바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모든 공연을 생애 가장 중요한 공연이나 마지막 공연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면 무대에 오르는 모든 시간이 아주 특별한 순간이 됩니다.
"
마이스키의 인생은 그다지 순탄하지 않았다.
유대인인 그는 1965년 레닌그라드 필하모닉(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과 협연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얼마 후 첼로 대신 삽을 들어야 했다.
1969년에 누나가 이스라엘로 망명하자 노동형을 선고받고 강제수용소 생활을 했다.
전쟁과 팬데믹 등 요즘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음악가의 역할에 관해 묻자 그는 "클래식 음악이 세상을 구하거나 커다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음악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 폭력을 겪은 후나 끔찍한 상황에서 더 좋은 인간성을 기르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