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5단지와 6단지 모습. 뉴스1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5단지와 6단지 모습. 뉴스1
2021년 전형적인 미국 주택 소유자는 동일한 집에서 13.2년을 보냈습니다. 이는 2020년 13.5년의 정점에서 약간 감소했지만 10년 전(2012년) 10.1년보다는 꽤 증가한 수치입니다. 주택소유자의 보유기간은 계속 늘어왔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너무 많은 미국인들이 이사를 갔기 때문에 소폭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더 저렴한 지역이나 더 큰 주택으로 이전하려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의 거주기간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구주의 고령화입니다. 2019년 현재 미국 가구주의 1/3이 65세 이상입니다. 10년 전(2012년) 28%에서 크게 늘었습니다. 앞으로도 65세 이상 가구주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요양원이나 고령자커뮤니티에 거주하지 않으려는 수요도 여기에 기여했을 수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늘어난 사망자 숫자를 고려한다면 가구주의 고령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보입니다.

대도시 중에는 LA 주택 소유자의 거주기간이 가장 깁니다. 무려 18년을 한 집에서 보냅니다. 하와이 호놀룰루(Honolulu)와 캘리포니아주의 옥스나드(Oxnard)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두 지역 모두 평균 거주기간은 17년입니다. 미국의 대도시의 경우 전체 평균보다 조금 더 오래 거주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좋은 날씨와 좋은 도시 인프라도 영향이 있겠지만 캘리포니아주의 재산세법이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20년, 30년 집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초기 재산세에 가까운 금액을 내기 때문에 고령자가 집을 유지하는 데 유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권교체가 되면서 부동산 보유세 제도의 개편이 새 정부의 핵심과제 중 하나가 됐습니다. 공시가 현실화율,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 여러 논의가 있지만 대부분은 임시방편일 따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가 원해서 집값이 오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유세를 더 많이 내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정책으로 인해 오른 집값의 부작용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듯이 여겨지는 이런 과세 방법은 전혀 합리적이지도 않고 일반적이지도 않은 방식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주택에 재산세를 매길 때 매매가격(취득원가)의 100%를 과세 평가액으로 하고 약 1.2%의 세율을 적용합니다. 이 과세 평가액도 매년 2%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주택을 오래 보유하면 할수록 혜택이 커집니다. 물론 집값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고 가정했을 때입니다. 10년을 보유한다고 가정해도 보유세는 총 20% 내외의 상승에 그치게 됩니다. 집값이 같아도 보유기간에 따라 납부세액이 달라지는 겁니다. 이런 제도는 납세상황이 서로 다를 경우 그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것으로 아주 합리적이며 큰 사회적 편익이 발생합니다. 1주택 가구를 철저히 보호하면서 주택 소유자들의 거주기간을 늘려 지역사회 커뮤니티 형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안타깝게도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자가가구라고 하더라도 평균 10.6년만 한 곳에서 거주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미국과 다르게 대도시(광역시)의 평균 거주기간은 7.4년, 수도권은 6.1년에 그칩니다. 현재 주택 거주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도 전체 가구 중 37.2%에 이릅니다. 이렇게 잦은 인구이동은 잦은 주택거래를 의미하며 주택가격 상승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거래가 늘어나면 주택가격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지역사회 커뮤니티 형성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도시라는 공간의 주인은 시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 체류하는 시민들은 지역 커뮤니티 형성의 기반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마을주민과 행정이 어울려 지역 활성화를 만들어내는 일본의 사례를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여러 행정적 장치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운영하는 시민들의 참여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유세를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매기는 것은 장기체류에 혜택을 주고 지역 커뮤니티 형성을 공고히 하는데 가장 좋은 제도가 될 수 있습니다. 공시제도 자체의 재검토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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