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가 호스트로 참여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1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파71·7322야드)에서 개막했다.

PGA투어에는 주최 측이 정한 기준에 따라 참가자가 결정되는 인비테이셔널 형식의 대회가 여럿 있지만 ‘특급’ 대회는 3개뿐이다. 아널드 파머(1929~2016)와 잭 니클라우스가 각각 호스트인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과 메모리얼 토너먼트, 그리고 이번 대회다. 특급 대회에선 호스트들의 힘이 막강하다. ‘전설’들의 초대를 선수들도 영예로 여긴다. 대회에 출전해 호스트와의 친분을 자랑한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의 호스트는 우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주도하는 슈퍼골프리그(SGL)가 거액의 계약금으로 유혹해도 꿈쩍 않던 선수들이 이번에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욘 람(1위), 콜린 모리카와(2위), 로리 매킬로이(5위) 등 남자 골프 세계랭킹 ‘톱10’이 총출동했다. 메이저나 월드골프챔피언십, 왕중왕전 등을 제외하고 일반 대회에 톱10이 모두 출전한 건 2017년 5월 웰스파고 챔피언십 이후 약 5년 만이다. 출전선수 120명 가운데 한국의 임성재(24)와 김시우(27), 이경훈(31), 2021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 이재경(23)도 포함돼 있다.


대회의 위상만큼이나 선수들에 대한 대우도 특급이다. 올해 총상금을 1200만달러(약 143억원)로 늘려 ‘메이저급’ 대회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총상금은 지난해 열린 4대 남자 메이저대회의 평균 수준이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특전’도 남다르다. 우승상금 216만달러에다 일반 대회보다 1년 긴 3년짜리 투어 카드를 준다. 고급 세단 제네시스 GV80도 부상으로 걸려 있다.

인비테이셔널의 호스트는 자신에게 의미있는 골프장을 대회 장소로 정한다. 아널드파머 대회는 파머가 타계하기 전까지 소유했던 베이힐골프장, 메모리얼 토너먼트는 니클라우스가 지은 뮤어필드빌리지에서 열린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 곳은 어린 우즈가 PGA투어 대회를 처음 구경했던 곳이자, 고등학생 때 처음 PGA투어 대회(LA오픈)에 참가한 골프장이다. 현대차가 제조한 SUV의 이름 ‘팰리세이드’는 이 골프장이 있는 지명에서 따왔다.

올해 대회는 우즈로서도 감회가 새롭다. 우즈는 작년 이맘때 대회를 마친 뒤 제네시스 GV80를 타고 가다 큰 사고를 당했다. 두 다리가 모두 부러졌고, 사고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목숨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당시 미국 언론은 “우즈가 생명을 구한 건 제네시스 차량의 안전성 덕분”이라고 보도했다. 타이틀 스폰서가 만든 차량 덕에 목숨을 건진 셈이다.

1년간의 재활 끝에 다시 일어선 우즈는 대회를 하루 앞둔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가 복귀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한 뒤 “그렇다”고 자답했다. 우즈는 재활에 전념하다가 지난해 12월 가족 골프대회 PNC 챔피언십에 아들 찰리와 출전해 준우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몸 상태는 아니다. 앞서 열린 이벤트 대회에서 그는 카트를 끌고 이동했다. 경기력에서도 쇼트게임 실력은 여전했으나 드라이버 샷 등 롱게임에선 부족했다. 우즈는 “주말 골프를 치는 건 쉽지만 대회에 출전해 연습라운드 등을 포함해 6개 라운드를 치르는 건 아직 안 된다”고 말했다.

우즈가 마지막으로 출전한 PGA투어 대회는 2020년 11월 열린 마스터스다. 올해 4월 열리는 마스터스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왔으나 우즈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언제 다시 경기할 수 있을지 나도 알고 싶은데 알 수가 없다”며 “매일 나는 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 싸움을 즐긴다”고 했다.

제네시스는 이번 대회 기간에 선수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방역 처리된 G70·G80·GV80·G90 등 차량 240여 대를 지원한다. 장재훈 제네시스 사장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참여하는 올해 대회를 다시 관중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제네시스는 국내외 골프대회 후원을 지속하는 한편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서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