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록절, 작년 이어 올해도 온라인 개최…3일간 108개 팀 출연
한영애·최백호·부활…랜선 넘어 전해진 음악 열기 '뿜뿜'
"내 나이가 70이 넘었는데 멋진 청춘들의 모임에 낄 수 있어 영광입니다.

한경록 씨가 오래 살아야 '경록절'이 계속될 텐데요.

하하하" (최백호)
지난 9일 오후 6시 밴드 크라잉넛의 실시간 유튜브 채널에 '낭만 가객' 최백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흑백 화면 속 최백호는 "20여 년 넘게 나를 지탱하게 해준 노래"라며 눈을 감고 조용히 히트곡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기 시작했다.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홍대 인디음악계를 대표하는 축제 '경록절'이 올해도 팬들을 찾아왔다.

'경록절'은 크라잉넛 한경록의 생일인 2월 11일에 열리던 생일파티가 점점 커져 음악 페스티벌로 자리 잡은 행사다.

2020년까지는 홍대 무브홀에서 관객 1천여 명을 두고 대규모로 진행됐다.

특히 2020년 행사 때는 수제 맥주 업체의 협찬으로 소진된 맥주만 100만㏄에 이르는 진기록을 쓰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작년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열린 올해 '2022 경록절'은 9일부터 사흘간 유튜브에서 진행되고 있다.

행사 기간 매일 오후 6시 시작해 새벽이 돼서야 끝나는 공연에는 총 108개 팀이 참여한다.

크라잉넛을 필두로 노브레인, 박기영, 시네마, 불고기디스코 등 유명 뮤지션이 대거 무대에 올랐다.

특히 최백호를 비롯해 '소리의 마녀' 한영애, 산울림의 김창훈, 부활 등 가요계에 굵직한 획을 남긴 선배 뮤지션들도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영애·최백호·부활…랜선 넘어 전해진 음악 열기 '뿜뿜'
한영애는 둘째 날인 10일 출연해 크라잉넛과 협업 무대를 꾸몄다.

한영애는 호피 무늬 코트에 검은 모자를 곁들인 강렬한 패션으로 무대에 올랐다.

자신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2집 '바라본다' 수록곡 '코뿔소'와 3집 '한영애 1992' 타이틀곡 '조율'을 들려줬다.

그는 노래 제목 코뿔소처럼 거칠고 힘이 넘치는 보컬을 과시했다.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리듬에 맞춰 몸을 '덩실덩실' 흔들기도 했다.

이어진 노래에서 한영애는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조율' 중)라는 그 유명한 후렴구를 크라잉넛의 보컬 박윤식과 함께 불렀다.

두 팔을 벌리고 열창하는 한영애의 목소리에는 힘과 여유가 넘쳐났다.

한경록은 출연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한영애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한영애는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

(생일) 축하드린다"라고 화답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한경록도 솔로 가수 캡틴락으로 무대를 꾸몄다.

그는 후배 가수 정우와 함께 특유의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채플린 영화처럼'과 '종로콜링' 등을 들려줬다.

한영애·최백호·부활…랜선 넘어 전해진 음악 열기 '뿜뿜'
37년 된 우리나라 대표 밴드 부활은 2019년 연말 콘서트 영상으로 팬들을 만났다.

부활은 박완규의 폭발적인 보컬을 앞세워 히트곡 '비밀', '사랑할수록', '사랑해서 사랑해서'를 선보였다.

'2022 경록절'에는 한경록이 직접 섭외한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참여 신청을 받은 신인팀도 출연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인디밴드가 설 무대가 점점 사라지면서 출발선에 선 신인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려는 취지에서다.

행사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집, 작업실, 연습실, 공연장 등 여러 곳에서 저마다 열정적으로 무대를 꾸미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경록은 "사흘간 다양한 무대를 보여줄 테니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며 "평소 좋아하던 팀뿐 아니라 다른 팀도 관심 가져주고 '덕통사고'(특정 장르, 분야에 갑자기 관심이 생겨 팬이 되는 현상)가 일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