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신 프리시젼바이오 대표 / 사진=이승재 기자
김한신 프리시젼바이오 대표 / 사진=이승재 기자
프리시젼바이오는 현장진단(POCT) 사업을 면역진단에서 임상화학진단으로 확장 중이다. 사람과 동물의 대사질환을 진단하는 임상화학 검사기 및 카트리지 생산을 지난해 시작했다. 프리시젼바이오는 올해 임상화학 POCT 제품의 미국 공략을 본격화한다.

김한신 대표는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특허 등 사용권을 받아 사람용 임상화학 검사기 ‘Exdia PT10’과 동물용 ‘Exdia PT10V’, 관련 카트리지를 생산하고 있다”며 “우선 Exdia PT10V를 앞세워 미국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화학진단으로 사업 확장
이 회사는 사람용 카트리지 5종과 동물용 11종을 갖고 있다. 임상화학진단이란 시료 첨가 등 화학적 방법으로 혈액·소변 등 체액 내에 존재하는 대사물질의 농도나 성상(성질과 상태) 등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이 회사 제품의 강점은 작은 카트리지 크기와 빠른 반응속도에 있다. 10cm 크기의 작은 카트리지에 여러 시약을 도포해 최대 17종의 항목을 한번에 검사할 수 있다. 카트리지에 혈액을 넣은 뒤 검사기로 압력을 가하면, 혈액이 밀리면서 카트리지에 건조된 시약을 녹이고 10분 만에 증상의 정도를 수치로 알려준다. 김 대표는 “작은 카트리지에 녹아 있는 다양한 시약을 각각 구분해 정밀하게 측정하는 게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Exdia PT10V 검사기 및 카트리지는 지난해 국내와 유럽에 출시됐다. 400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었다. 미국에는 기존 제조사를 통해 이미 Exdia PT10V 검사기 250대가 출시돼 있다. 사용권을 받은 후 프리시젼바이오는 여기에 맞는 카트리지를 생산해 지난 12월부터 미국에서 판매 중이다.

판매 확대를 위해 신규 현지 유통사와도 만나고 있다. 이들을 통해 Exdia PT10V 검사기 및 카트리지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성능 검사에 돌입한 곳도 있다. 2022년 초 유통계약 체결을 기대 중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미국으로의 카트리지 공급 물량은 현재 유럽에 공급되는 연간 100만 카트리지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시젼바이오가 지난해 11월 15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것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자금으로 생산시설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 PT10과 PT10V용 카트리지를 연간 200만 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증설했고, 추가 증설은 올해 중·하반기엔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에만 이미 200만 개의 임상화학 카트리지 판매 물량을 확보했다”며 “미국이나 다른 지역을 고려해 증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시젼바이오는 올해 사람용 제품인 PT10의 FDA 인허가를 위한 임상에도 돌입할 예정이다.

면역진단도 영토 확장
프리시젼바이오는 테라웨이브가 나노디텍을 인수해 2015년 탄생했다. 양사의 최대주주였던 아이센스의 제안을 통해서다.

테라웨이브는 인공위성 카메라를 여닫는 데 사용되는 신호감지기술을 기반으로, 진단검사기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에 소재한 나노디텍은 진단시약 기업이다. 시약과 검사기를 모두 갖춘다면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김 대표는 연세대 생화학과 석사 졸업 후, 한일합섬 한효과학기술원을 시작으로 삼성종합기술원 및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거치며 바이오 관련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프리시젼바이오에는 2018년 합류했다. 삼성전자에서 의료기기 사업을 담당하며 아이센스와 혈당 체외진단 POCT 사업을 추진했던 인연 때문이다.

프리시젼바이오는 면역진단 POCT를 주력으로 한다. 회사의 면역진단 POCT는 확진용 대형장비의 정확성을 소형장비에서 구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시분해형광(TRF) 기술이다. 프리시젼바이오는 테라웨이브가 가지고 있던 고민감도 신호감지기술을 바탕으로 TRF 기술을 상용화했다.

면역진단 POCT의 카트리지에 특정 항체와 형광 표지자를 함께 붙여 만든다. 시료를 떨어뜨린 카트리지를 검사기에 넣고 자외선을 쪼여, 항원·항체 반응으로 발생하는 빛의 신호로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한다.

프리시젼바이오는 면역진단 POCT에 기존에 형광 표지자로 쓰여온 금 나노입자가 아닌 ‘유로피움’을 사용한다. 유로피움은 금 나노입자 대비 빛 신호의 지속 시간이 길어, 검사기의 광원(자외선)을 끈 후에도 신호 측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광원의 간섭 없이 시약의 반응만을 검출해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유로피움 입자를 이용하는 POCT는 프리시젼바이오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민감도 기술이 없는 경쟁사들은 같은 유로피움을 써도 자외선을 켠 채 신호를 측정한다. 때문에 광원의 간섭으로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면역진단 POCT는 스위스 뇌질환 바이오마커 연구개발 기업 ABCDx와의 협력으로 뇌졸중 및 외상성 뇌손상(TBI)으로 제품 확장을 꾀하고 있다. ABCDx는 바이오마커 알고리즘 및 임상검체를 분석하고, 프리시젼바이오는 이를 검사기와 카트리지 제품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았다.

ABCDx는 허혈성 및 출혈성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을 혈액으로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갖고 있다. 현재 허혈성·출혈성 뇌졸중은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장비를 통해서만 진단이 가능하다. 외상성 뇌손상은 출시된 혈액진단 제품이 있다. 로슈의 ‘엘렉시스’, 반얀의 ‘BTI’, 반얀의 바이오마커를 기술이전해 애보트가 만든 ‘i-STAT’ 등이다.

김 대표는 “자체 임상평가 기준 민감도(TBI 환자 중 경증 환자 확인)는 100%로, 현재 출시돼 있는 글로벌 제품의 평균 민감도 90%대보다 높다”고 했다.

개발 후에는 양사가 미국·유럽·아시아 등으로 지역을 나눠 판매할 예정이다. 검사 항목에 따라 2023년부터 국내와 유럽 등에서 순차적으로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감염성 질환 POCT 제품의 일본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2월 일본 글로벌 진단기업인 에이켄화학과 검사기 및 코로나19·인플루엔자 진단 카트리지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2022년 상반기 출시가 목표다. 이를 기반으로 노로바이러스 진단 제품도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등 출시 제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의 판매 확대도 예상 중이다. 나노디텍이 개발한 ‘나노체크’는 지난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았다. 변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바이러스의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을 표적해 오미크론 검출도 가능하다. 현재 미국 및 남미 등으로의 공급을 협의 중이다.

프리시젼바이오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2020년의 48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김 대표는 “현재 임상화학과 면역진단 매출이 잘 나오고 있어 올해는 흑자기조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