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쇄신 '尹 패싱'·'연기 발언'으로 루비콘강 건너며 '불안한 동거' 종지부
떠나는 金, 尹 작심비판하며 재합류 가능성 일축…尹 "그간 조언·역할에 감사"
'별의 순간' 말했던 킹메이커 김종인, 합류 33일만에 尹과 결별
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5일 끝내 윤석열 대선 후보와 갈라섰다.

합류 33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선대위 구성 단계에서부터 잡음이 빈번했던 두 사람의 갈등이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맞물린 선대위 재편 움직임 속에 결국 파국으로 귀결됐다.

두 사람의 불안한 동거가 결국 이날 윤 후보의 '선대위 해체' 기자회견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이날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면서 윤 후보를 작심 비판한 것과 달리 윤 후보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사를 표하는 등 예우를 갖추는 모양새를 취했다.
'별의 순간' 말했던 킹메이커 김종인, 합류 33일만에 尹과 결별
끝내 등을 돌리게 된 두 사람의 관계가 출발부터 어두웠던 것은 아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이 왔다"고 했다.

'야권 킹메이커'로 여겨지는 김 전 위원장이 보낸 찬사는 윤 후보의 정치 참여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에 경선이 끝나면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자연스레 손을 잡으리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5일 윤 후보가 경선을 통과하고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하기까지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윤 후보와 주변 측근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에게 '원톱 전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두고 주저하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김 위원장은 즉각 자신의 거취를 보류하고 나섰다.

'총괄'로 내정됐던 김 위원장의 인선 보류로 인한 여파는 적지 않았다.

선대위 내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지속됐다.

김 위원장의 '장고 모드'에 즉각적인 선거 지원을 기대한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애를 태웠다.

그러던 김 위원장은 이후 9일 만인 12월 3일 돌연 마음을 바꿔 선대위에 전격 합류했다.

윤 후보와 갈등을 빚던 이준석 대표가 '울산 회동'을 통해 내홍을 봉합한 것을 계기로 김 위원장도 '윤석열 호'에 몸을 실은 것이다.

선거를 석 달여 앞둔 상황에서 "과거는 묻어두자"는 논리가 힘을 얻으며 '원팀 선대위' 발족에 전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당시 연말로 다가서며 이재명 후보가 지지율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듯한 흐름에 따른 불안함도 작용했다.
'별의 순간' 말했던 킹메이커 김종인, 합류 33일만에 尹과 결별
일각에서는 이미 이 과정에서 윤 후보나 주변 인사들 사이에 김 전 위원장 존재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후보를 압도하는 듯한 존재감이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계감과 무관치 않았다.

선대위 합류 이후에도 추경 등 정책 현안에서 윤 후보와 엇박자가 반복됐다.

윤 후보의 잇단 강성 발언도 김 위원장과 불협화음을 빚었다.

결과적으로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측의 긴장은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온 연말연시를 변곡점으로 재분출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 급락에 위기감을 느꼈던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도저히 이렇게는 갈 수 없다"며 해체 수준의 선대위 개편 구상을 전격 발표했다.

윤 후보와의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였다.

이 과정에서 후보의 발언 논란 등과 관련해서도 '후보는 연기만 하라' '내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강력한 개입 의지를 밝혔는데, 결국 이런 언행이 '후보 패싱' '아바타 후보' 논란 등을 불러일으키며 뇌관을 건드렸다.

윤 후보측의 엄청난 반발 등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킨 '연기 발언'과 선대위 전면재편 일방 발표를 계기로 두 사람은 루비콘강을 건넌 셈이 됐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 정도 판단이면 같이 할 수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선대위 재합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런 일은 절대 안 일어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별의 순간'이라는 게 지켜지려면 쉽게 가는 게 아니다.

사람을 어떻게 선택해 쓰느냐 하는 안목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건데 그런 게 없었으니 이런 현상이 초래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까지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이라도 혹평했다.

반면 윤 후보는 이날 김종인 위원장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좋은 조언을 계속해주시기를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앞으로 두 달여 남은 선거까지 변수가 상당한 만큼 조력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채 여지를 살려두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두 사람의 결별을 두고 당내 반응은 엇갈린다.

윤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윤 후보가 충성할 대상은 국민이지 김종인이 아니다"라며 '단기필마' 노선 전환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에 한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러다가 당내에 '태극기(강성 보수층)'와 장년층만 남을 것 같아서 두렵다"며 외연 확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