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산다.

의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몸 곳곳에 만성질환을 앓는다.

불안장애와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도 빈번해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일수록 더 그렇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다들 말하지만, 외부요인에 의한 심리적 불안정이 어떻게 몸과 마음의 질병으로 발전하는지는 막연하다.

독일의 신경과학자 게랄트 휘터는 고통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모두 통증의 처리를 담당하는 뇌 신경망이 활성화한다는 데서 실마리를 찾는다.

그는 최근 국내 출간된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다'(매경출판)에서 뇌와 몸은 뗄 수 없는 관계로 얽혀 있으며,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조화로운 상태가 건강한 삶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몸에는 건강에 이롭지 않은 상태가 되면 뇌에 위험신호를 전달하는 능력이 내재돼 있다.

예를 들어 잠을 너무 적게 자거나 영양분을 적게 섭취할 때, 신체적으로 힘든 일을 할 때다.

이 신호는 뇌에서 적절한 반응을 일으켜 몸 전체가 다시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행동을 바꾸도록 한다.

그런데 건강한 몸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면, 이 신호를 알아채더라도 무시하고 억누르는 신경망이 생성된다.

예컨대 부모나 교사·또래집단처럼 자신에게 심리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기대를 채우는 걸 건강보다 우선시하는 경우다.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거나 소외되면 뇌에서는 육체적 고통을 느낄 때와 다름없는 신경망이 활성화한다.

소속과 애착, 자율과 자유를 향한 욕구는 배고픔과 갈증을 피하려는 본성만큼이나 강하다.

불안과 스트레스는 뇌의 조절체계를 교란시켜 몸 전체를 조화로운 상태로 되돌리는 능력, 즉 자가 치유력을 저해한다.

"남들보다 더 성공해야만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 자기 삶을 꾸리고 타인과 함께 살아나간다? 어찌 보면 병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 경쟁과 성과에 대한 압박, 부와 권력을 향한 열망들은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됐지만 인간 개개인은 병들게 한다.

뇌과학을 토대로 인간 본성을 들여다본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사랑'이다.

뇌와 몸 전체의 관계처럼, 개인 역시 타인으로 이뤄진 사회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개인들의 집합인 공동체도 최상의 조화를 이룰 때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저자가 전작에서 '내면의 나침반'으로 제시한 존엄성의 개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사랑은 이타심과 자기애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존엄한 사람은 스스로를 귀하게 여길 뿐 아니라 타인도 비인격적으로 대하거나 도구로 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당신이 얼마나 건강하게 살았는지, 얼마나 아프게 살았는지는 상관없다.

자신을 좀 더 사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
이지윤 옮김. 224쪽. 1만6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