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무총리. /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 /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재명 후보를 탓하기 전에 주변의 정책 참모들을 꾸짖고 싶어진다"며 "조세재정의 운용원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아마추어적 주장이기 때문"이라고 23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정 전 총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이 지사의 기본소득과 관련해 "무모한 주장에 대한 근거가 얼마나 자가당착적인지부터 살펴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래서 국정경험과 경제 내공이 필요한 거다. 한순간 판단오류로 한 치만 삐끗해도 그 고통은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예산절감으로 25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면 현재 문재인 정부가 25조원을 허투루 쓰고 있다는 전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두 푼도 아니고 무려 25조원이다. 무엇을 어디서 줄이겠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는 매년 25조원을 낭비하는 정부가 돼버린다"고 덧붙였다.

정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을 깡그리 뒤엎지 않고서는 25조원이나 되는 천문학적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를 승계하자는 건가, 갈아엎자는 건가"라며 "조세 감면 축소를 통해 25조원을 추가로 걷겠다고 한다. 조세감면의 의미를 아는 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조세감면의 대부분은 서민, 중소기업, 연구개발, 고용과 관련된 항목이다. 도대체 문재인 정부가 어디서 25조원이나 불필요하게 세금을 깎아주었다는 건가"라며 "이 후보가 주장하는 공정성장은 말로만 해선 안 된다. 효율적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연구개발은 물론이며 고용과 서민에 관련된 재정지출뿐만 아니라 조세지출도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그 예산을 삭감하겠다니 공정성장 주장은 폐기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니 야당 국회의원에게조차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내부고발자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기본소득 재원이 모자랄 경우 국토보유세와 탄소세를 만들겠다는 주장에 대해 "정책 참모들을 꾸짖고 싶어진다"며 "조세재정의 운용원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아마추어적 주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발생하는 지대에 대해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 국토보유세이고, 탄소중립 사회를 위해 탄소배출량에 세금을 부담토록 하겠다는 것이 탄소세"라며 "두 정책이 다 안착하면 세수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두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나눠 주려한다니, 정책목표는 실패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 전 총리는 "기본소득 주자고 정책실패를 기다려야 하나. 이 후보의 재원마련방안은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며 "이제 족한 줄 알고 그만하자. 같은 당 후보로서 다른 당의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편치 않다"고 비꼬았다.

앞서 이 지사는 임기 내 청년에겐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재원으로는 예산절감으로 25조원, 조세감면 축소로 25조원을 만들고 모자랄 경우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신설을 제시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