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가지고있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분들 계신가요? 이건 내가 대학교 들어갈 때 처음 샀던 코트, 이건 취업준비생 시절 내가 회사에 합격할 때 입었던 행운의 정장, 심지어는 일주일 전에 선물받았는데 딱히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버리거나 남 주기는 좀 그런 머그컵까지. 우리는 일단 손에 쥔 물건에 대해선 그렇지 않은 것 보다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단 카카오를 사면 투자하기 전 보다 마음 속 애정이 높아지는 마음. 투자자라면 한 번은 겪어보셨을텐데요. 오늘은 이 마음이 불러올 수 있는 투자 오류와 이 오류를 어떻게 극복할지까지 같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소유효과란?

사람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더 소중하다고 여기는 마음. 이걸 소유효과 혹은 보유효과라고 합니다. 이걸 보여주는 재미있는 실험이 있는데요. 캐나다의 경제학자인 잭 네치는 학생들을 3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했습니다. 첫번째 그룹에게는 머그컵을 줍니다. 두번째 그룹에게는 초콜릿을 주죠. 그리고 세번째 그룹에게는 초콜릿이나 머그컵 둘 중에 아무거나 원하는 걸 고르라고 말해줍니다. 세번째 그룹이 어떻게 선택했는지 봤더니 초콜릿과 머그컵을 선택한 비율이 반반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학생들이 생각하는 초콜릿과 머그컵의 가치는 엇비슷 하다는거죠.
"내 종목이 최고?"…주식과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 이유 [주코노미TV]
초콜릿과 머그컵의 가치가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으니 이제 A그룹과 B그룹으로 가봅시다. A그룹과 B그룹에는 다시 선택권을 줍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머그컵을 초콜릿과 바꾸겠습니까? 혹은 지금 가지고 있는 초콜릿을 머그컵과 바꿀래요?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A그룹과 B그룹 모두 바꾸겠다는 선택을 한 건 10%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니까 객관적인 C그룹이 생각하는 머그컵의 가치나 초콜릿의 가치는 비슷한데, A 그룹은 한 번 내가 머그컵을 가졌다는 이유로 초콜릿과는 안 바꿀래! B그룹은 초콜릿을 가진 다음에는 머그컵과는 안 바꿀래! 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는거죠. 내가 이미 어떤 물건을 소유하면 이 물건이 다른 물건보다 더 소중하다고 인식한다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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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실험이 또 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대니얼 커너먼 교수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눕니다. A그룹에게는 프린스턴 로고가 박힌 머그컵을 주고, B그룹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각각 이 머그컵은 얼마짜리여야 적절할까요? 하고 물어봅니다. 머그컵을 가지고있는 A그룹은 평균 5달러를 써냈지만, 머그컵이 없는 B그룹은 2달러로 머그컵의 가격을 평가했습니다. 왜 우리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 물건 올릴 때는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싸게 내놓아야 팔리는 경험. 해보지 않으셨나요? 이미 경험적으로 소유효과에 대해 알고있는 셈이죠.

그런데 투자자인 우리들의 문제는, 주식시장에서 이런 소유효과가 작동할 때 입니다. 투자하기 전 까지는 종목의 재무제표도 살펴보고, 호재와 악재도 비교적 객관적으로 살펴 투자했던 것 같은데, 일단 매수하고 나면 이 종목이 다른 종목보다 더 좋아보이는거죠. 사실은 실제 가치와는 무관하게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 만으로 높은 가치를 매기는 셈이니 심리적 오류에 가깝습니다. 특히 경쟁관계에 있는 주식 가운데 한 종목을 매수했다면, 내가 보유한 기업의 경쟁력을 현실보다 더 부풀려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유효과에서 벗어나는 방법

그렇다면 이 소유효과의 착각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겁니다. 50% 수익을 낸 내 주식.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종목이지만, 내가 지금 이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었어도 이 주식을 매수할까? 오늘 이 주식에 새로 진입한다고 해도 매력적인 구간인가? 고민해보는겁니다.
"내 종목이 최고?"…주식과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 이유 [주코노미TV]
그리고 반대로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겁니다. 머리 속에서 가상의 '레드팀'을 만들어보는거죠. 일부러 내 주식을 삐딱하게 바라보는겁니다. 내가 경쟁사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불안할까? 혹시 편안하지는 않을까? 이렇게 고민하고 되물어보는 것 만으로도 소유효과를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을겁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