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유감" 취임 이후 다섯번째 사과…무거운 분위기속 전군 지휘관회의
19일부터 8월 14일까지 '전군 성폭력 예방 특별강조기간' 운영
'일벌백계·분골쇄신·환골탈태'…軍장성 모아놓고 다그친 서욱
국방부에서 7일 열린 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는 내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예년처럼 회의 시작 전 오랜만에 만난 전후방 지휘관들끼리 활짝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참석자들은 대신 서로 '주먹 인사'나 '눈인사'로 안부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3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부사관 성추행 사건에 이어 지난주 현역 장성의 성추행 사건까지 터지면서 군을 향해 쌓인 국민의 공분이 참석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입장할 때부터 모두발언을 마칠 때까지 얼굴에서 굳은 표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서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군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의지와 노력을 결집하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장성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우리 군의 자정능력을 의심받는 것은 대단히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사과했다.

작년 9월 취임 이후 북한 귀순자 경계실패(2월 17일), 부실급식·과잉방역 논란(4월 28일), 공군 여중사 사망 사건(6월 9일과 10일) 등으로 네 차례 고개 숙인 데 이어 다섯 번째 대국민 사과다.

그러면서 서 장관은 '일벌백계'나 '분골쇄신', '환골탈태'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군 당국의 주요 직위자와 지휘관들에게 고강도 대책을 주문했다.

그는 먼저 성 군기를 바로잡기 위해 군이 노력을 결집하는 중요한 시기에 장성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이번 사건을 일벌백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누구라도 엄벌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골쇄신의 마음으로 선진 병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며 "정의와 인권 위에 강하고 신뢰받는 군대로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노력과 열정을 다 해달라"고 당부했다.


서 장관은 "정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장병 모두가 저마다의 위치에서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지휘관들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헌신적으로 부대를 관리하고 부하를 보살피는 등 눈물겹게 노력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 장관의 모두발언 내내 무겁게 가라앉은 회의장 분위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회의에는 원인철 합동참모의장과 남영신 육군·부석종 해군·박인호 공군참모총장과 김승겸 연합사 부사령관, 김태성 해병대 사령관, 강은호 방위사업청장 등 국방부와 합참, 각 군, 방사청, 병무청의 주요 지휘관과 직위자 등 약 50명이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속하는 상황에 수도권에서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임을 고려해 합참, 각 군 본부, 전방군단 등의 지휘관들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애초 회의장에 직접 참석하려던 일선 부대 작전사령관 등 10여 명도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면서 계획을 바꿔 현지 부대에서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 장관은 이날 오후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공직기강·부패방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달 셋째주부터 다음 달 둘째주까지(7월 19일∼8월 14일) '전군 성폭력 예방 특별강조기간'을 운영, 장병 교육과 성폭력 예방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일벌백계·분골쇄신·환골탈태'…軍장성 모아놓고 다그친 서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