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북동부 아산 지역의 시골 마을, 이곳에서는 나무, 숲, 집안 모든 것에는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런 보이지 않는 존재의 부름을 받는 이들이 있다.

신을 모시는 무당. 태국에서는 이들을 '랑종'이라고 부른다.

태국 무당 집안에 불어닥친 신내림의 재앙…공포영화 '랑종'
영화 '랑종'은 '곡성'(2016)의 나홍진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데뷔작 '셔터'(2004)와 태국 흥행작인 '피막'(2014)으로 스타 감독 반열에 오른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은 공포물이다.

나 감독이 제작을 맡고, 태국에서 100% 촬영되며 글로벌 프로젝트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과 긴박감 있는 전개로 스릴감을 주던 나 감독의 '추격자'(2008), '황해'(2010), '곡성' 등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태국 동북부 이산 지역의 산골 마을,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인 바얀 신을 모셔온 가족을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따라간다.

카메라는 반야신을 거부한 언니 대신 신내림을 받고 랑종이 된 님(싸와니 우툼마)을 비춘다.

마을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깃든 병을 고치는 님을 통해 태국의 무속신앙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며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님이 형부의 장례식장에서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면서 시작된다.

태국 무당 집안에 불어닥친 신내림의 재앙…공포영화 '랑종'
밍은 과격하고 기이한 행동들을 보이고, 신체적으로도 이상 증세에 시달린다.

마치 딴사람이 된 듯한 밍의 눈빛과 행동은 섬뜩한 느낌을 준다.

밍이 겪고 있는 것은 신병. 신내림을 거부하는 밍의 증상은 반야신을 거부한 엄마, 개고기를 팔아온 집안의 생업 등 집안의 업보가 겹쳐지면서 심해져 간다.

온갖 잡귀들에게 몸을 잠식당하며 욕망을 분출해내는 밍의 끔찍한 행동들은 극의 긴장감을 높여가는데,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다.

빙의된 몸인 20대 여성인 밍 자신과 약자인 아이, 동물 등에 행해지는 인간성을 상실한 행동들은 폭력적인 수준이어서 관객에 따라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다.

특히 밍을 연기한 나릴야 군몽콘켓은 빙의된 상태의 기이한 몸짓을 몰입감 있게 연기한다.

짙은 녹색의 습기를 머금은 숲과 안개, 흐린 회색 하늘 아래 부는 바람 등 태국의 자연 풍광이 주는 기이한 분위기도 영화의 공포감을 더하는 요소다.

태국 무당 집안에 불어닥친 신내림의 재앙…공포영화 '랑종'
공포 영화로서 깜짝 놀라거나 무서운 장면들은 후반부에 몰려있다.

다만 서사가 주는 공포감보다는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이어져 눈을 질끈 감게 된다.

'충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장면들이 쉴 새 없이 몰아치다 보니 기이함을 곱씹을 만한 여운이나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선사하는 재미는 찾기 어려운 편이다.

오는 14일 개봉. 상영시간 131분. 청소년 관람 불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