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1일 영업 종료…브랜드극장 관객 쏠림에 코로나까지 설상가상

종로와 충무로 일대에 밀집했던 주요 대형 극장들과 함께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영화관으로 사랑받았던 서울극장이 개관한 지 약 42년 만에 문을 닫는다.

오래전 폐업한 단성사와 멀티플렉스 직영점으로 전락한 피카디리에 이어 서울극장마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 세 극장이 이웃처럼 몰려있던 종로 3가는 오랫동안 국내 영화 소비의 중심지이자 충무로와 더불어 한국 영화의 산실로 불렸다.

서울극장은 3일 홈페이지 영업 종료 공지를 통해 "약 40년 동안 종로의 문화중심지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서울극장이 2021년 8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극장을 운영하는 합동영화사는 시대를 선도할 변화와 도전을 준비 중"이라며 "오랜 시간 동안 추억과 감동으로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드린다.

합동영화사의 새로운 도약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울극장 측은 공식적인 폐업 이유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 확산으로 인한 경영난 악화를 들었다.

CGV와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 멀티 플렉스들에 밀려 이미 경영 수익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팬데믹까지 영업에 타격을 주자 더는 버티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극장 측은 영화관을 향후 어떤 용도로 활용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 1979년 개관한 서울극장은 재개봉관이었던 세기극장을 1978년 합동영화사가 인수해 이름을 바꾼 이후 굵직한 국내외 주요 영화를 관객에 소개하는 개봉관으로 위상을 굳히는 등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당시 한 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한 영화관은 1989년에는 국내 최초의 복합상영관으로 자리매김하며 멀티플렉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7년에는 대대적 리뉴얼을 통해 관객 편의 시설을 확충하기도 했다.

서울극장은 2000년대 들어 CGV, 롯데시네마 등 상업시설에 입점한 멀티플렉스 극장이 인기를 끌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같은 이유로 종로와 단성사, 명보극장, 스카라극장 등이 사라지고 피카디리가 롯데시네마를 거쳐 CGV에 운영권을 넘겼지만, 서울극장은 예술영화 상영 등으로 활로를 모색해왔다.

미쟝센단편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등 작은 영화제들의 개최 장소로도 활용됐다.

권동춘 한국상영관협회 정책위원장은 "영화관을 주로 찾는 젊은 층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서울극장뿐 아니라 다른 극장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최고의 극장이 문을 닫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