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나세르가 아닌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세계육상연맹의 손을 들어주면서, 나세르의 도쿄올림픽 출전은 무산됐다.
CAS는 1일(한국시간) "나세르는 세계육상연맹의 도핑 규정을 위반했다.
2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10월 세계육상연맹 심의기구인 독립위원회가 내린 "나세르의 혐의에 징계를 내릴 수 없다"는 결과와 판이하다.
CAS가 "나세르의 선수자격을 6월 30일부터 정지한다.
2020년 6월부터 10월까지, 일시 자격 정지한 4개월의 시간을 소급 적용해 1년 8개월 동안 징계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육상 선수들은 자국 연맹에 '소재지'를 보고해야 한다.
불시에 하는 도핑 테스트 등을 위해서다.
소재지 정보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도핑 검시관이 갔을 때 한 시간 내로 선수가 나타나지 않고, 도핑 테스트를 기피하는 행위를 1년 안에 3차례 이상 하면 2년 이상의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는다.
나세르는 2019년 3월 12일, 3월 16일, 2020년 1월 24일 등 3차례 소재지 정보 기입 규정을 어겼다.
2020년 4월 12일 오전 6시에는 검시관이 주소 정보를 잘못 알고 다른 건물로 갔고, 다시 나세르의 아파트에 갔을 때도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해 나세르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세계육상연맹도 나세르의 당시 전화번호를 알지 못하는 등 해프닝이 있었다.
나세르는 "대부분의 선수가 '3차례 소재지 위반' 기한인 1년을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로 계산한다"고 항변하며 "2020년 4월 방문한 검시관을 만나지 못한 건,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독립위원회도 지난해 10월 "나세르에게 2년 자격 정지 징계를 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나세르는 독립위원회의 판단을 근거로, 도쿄올림픽 출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WADA와 세계육상연맹은 CAS에 제소했고, CAS는 "나세르가 1년 사이에 3차례 소재지 보고 규정을 어겼다.
규정에 따라 징계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는 2019년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400m 결선에서 48초14의 놀라운 기록으로 우승했다.
48초14는 여자 400m 역대 3위 기록으로, 1985년 이후에 나온 최고 기록이기도 했다.
24개월 동안 400m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제왕' 쇼네 밀러-위보(27·바하마)도 48초37로 잘 뛰었지만, 나세르에게 밀렸다.
나세르는 1998년 나이지리아 아남브라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나이지리아인이고 아버지는 바레인 사람이다.
열한 살 때 나이지리아에서 육상을 시작한 그는 열여섯 살이던 2014년 바레인으로 귀화했다.
'에벨레추쿠 아그바푸오누'라는 나이지리아 이름을 버렸고, 이슬람교로 개종도 했다.
바레인은 나세르에게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했고, 나세르는 세계 챔피언에 오르며 화답했다.
나세르는 바레인의 육상 영웅이 됐다.
나세르는 주 종목인 400m뿐 아니라, 100m와 200m에서도 꾸준히 기록을 끌어 올리며 '단거리 천재'로 불렸다.
하지만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도핑 규정문제가 불거지면서 나세르와 바레인 육상의 '올림픽 메달 꿈'은 물거품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