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던 마음은 행복한 시간을 지나 어느새 무감각하게 가라앉는다.
슬프지만 아프기만 한 일은 아니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스다 마사키)와 키누(아리무라 가스미)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좋아하는 작가, 영화, 음악, 전시 등 이상하리만큼 취향이 잘 맞는 두 사람은 호감을 느끼게 되고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는 무기와 취업을 앞둔 키누는 현실의 벽 앞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지하철에서 30분 걸리는 함께 사는 집도 같이 걷다 보면 금방이다.
지금, 이 순간을 '현상 유지'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지만, 두 사람 사이는 무기가 영업사원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무기는 키누와 함께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힘든 일을 견뎌내지만 어쩐지 점점 키누와 멀어지는 느낌이다.
키누 역시 무기가 안쓰러우면서도 자꾸 서운한 감정이 밀려온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란 점이 서먹해져 버린 이들의 관계를 더 서글프게 만들지만, 애틋함이 남아있는 이들의 관계의 끝은 마냥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이렇다 할 사건이나 감정의 큰 동요 없이 두 사람의 관계를 차분히 따라간다.
영화 중간중간 무기와 키누가 전하는 내레이션은 감정의 굴곡을 따라 간질간질한 설렘을 주다가도 한없이 쓸쓸하게 다가온다.
20대 연인을 주인공으로 한 청춘 로맨스지만, 세대와 상관없이 사랑을 둘러싼 감정 변화를 현실감 있게 담아낸다.
사랑에는 정말 유통기한이 있는지,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엇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이별을 경험해본 이들의 공감을 산다.

영화에는 나란히 놓인 하얀 운동화 두 켤레, 서로의 모습을 담고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 등 영화 곳곳에 섬세한 감정이 묻어있다.
일본에서 올해 1월 29일 개봉한 이후 흥행 돌풍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누르고 6주간 박스오피스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청춘스타 스다 마사키와 아리무라 가스미의 차분한 연기 호흡도 잘 맞아떨어진다.
여기에 일본 톱스타 오다기리 조, '심야식당'의 마스터로 익숙한 고바야시 가오루,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 등이 특별 출연해 반가움을 산다.
다음 달 14일 개봉. 상영시간 123분. 12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