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孤獨死)는 주변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삶을 마감하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
주로 독거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중년과 청년층 고독사도 증가 추세에 있다.
영국의 논픽션 편집자 리처드 로퍼의 장편소설 '고독사를 피하는 법'은 이처럼 현대 사회의 골치 아픈 문제로 떠오른 고독사를 소재로 외로움과 인생,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감동적으로 풀어나간다.
로퍼가 처음으로 써본 픽션이지만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무려 19개 언어로 번역된 이례적인 화제작이다.
주인공 앤드루는 혼자 살다가 연고도 없이 죽은 이들의 장례를 공중보건법에 따라 치러주고 각종 행정 절차도 대신 처리하는 직업을 가졌다.
장례 비용은 고독사한 사람의 재산을 처리해 마련한다.
그가 원래 이런 일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사무직으로 알고 갔던 자리가 알고 보니 고독사 장례 대행 업무였다.

언제든 고독사할 위기에 처한 남자가 고독사한 사람들의 장례를 대신 치러주는 일로 생계를 잇는다니….
심지어 그는 면접 자리에서 너무 긴장해 아내와 자녀 둘이 있다고 거짓말을 해놓은 상태다.
이런 가짜 인생 시나리오에 맞춰 그는 5년간 회사 동료와 주변인들을 속여야 했고, 이 때문에 그의 삶은 더 외로워지고 말았다.
매일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일상은 그에게 긴장과 스트레스뿐 아니라 허탈감을 남겼다.
그는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을 짜놓고 기억해야 한다.
예컨대 여름 휴가는 가족들과 프랑스 남부로 떠날 예정이라든지, 아내가 최근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했다는 이야기들을 지어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흘려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가 생긴다.
직원들이 매달 한 차례씩 돌아가면서 각자 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자는 제안을 직장 상사가 한 것이다.
5년 동안 이어온 거짓말이 탄로 나면 그는 모든 걸 잃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새로 입사한 동료 페기의 존재도 앤드루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요인이다.
앤드루는 이상하게도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페기와 가까운 관계가 되려면 그의 신상에 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앤드루와 페기의 삶을 변화시킬 새로운 사건이 생긴다.
두 사람은 혼자 죽은 남자 앨런 카터의 집을 정리하던 중 냉장고에 붙어있던 사진에서 카터의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를 발견하고, 그 여성에게 직접 찾아가 카터의 죽음을 알리기로 한다.
진영인 옮김. 민음사 펴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