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12월 4일 새벽. 미국 시카고의 한 아파트에서 흑인 청년 두 명이 사망했다.

근접 거리에서 발사된 총탄 두 발을 머리에 맞고 사망한 청년은 흑인 정치 단체 흑표당(Black Panther Party)의 일리노이주 지부장 프레드 햄프턴이었다.

함께 사망한 햄프턴의 동지 마크 클라크가 쏜 단 한발의 총알은 천장에 박혔지만, 경찰 14명이 쏜 총알은 99발이었다.

이 암살 사건이 일으킨 분노는 지방 검사 축출과 시카고 최초의 흑인 시장 당선이라는 정치적 변화로 이어졌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는 발판이 됐다.

미국에서는 1964년 민권법(Civil Rights Act)에 따라 인종을 비롯한 모든 종류를 차별이 금지됐지만, 현실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흑표당은 흑인의 자기방어를 주장하는 무장 조직이기도 했지만, 햄프턴의 주도로 흑인은 물론, 가난한 백인과 히스패닉 아이들에게 교육과 식사,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종별로 나뉜 조직의 평화적인 연대를 이끌어 '무지개 연합'을 창설하면서 세를 키워갔다.

미국 정보 당국은 흑표당을 '미국 국내 안보의 가장 큰 위협'으로, 흑인 민권 지도자들을 '블랙 메시아'로 규정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대중 정치 선동가 햄프턴을 감시하기 위해 정보원 윌리엄 오닐을 흑표당에 잠입시킨다.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블랙 메시아' 햄프턴의 비극적인 죽음 뒤에 있던 미국 경찰과 정보 당국의 치밀한 공작과 '블랙 유다' 오닐의 배신, 그리고 햄프턴의 사망 이후에도 이어진 또 다른 비극을 강렬하게 담아낸다.

FBI 에드거 후버 국장(마틴 쉰)은 미국의 반체제 정치 세력을 감시하고 와해시키는 '대 파괴자 정보 활동'(COINTELPRO)을 지휘하고 있다.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던 21살의 대학생 햄프턴(대니얼 컬루야)은 1968년부터 일리노이 지부에서 활약하며 짧은 시간에 영향력 있는 대중 지도자로 떠오른다.

FBI 수사관을 사칭해 차를 훔치다 붙잡힌 윌리엄 오닐(라키스 스탠필드)은 FBI 수사관 로이 미첼(제시 플레먼스)의 정보원으로 고용돼 흑표당에 가입하고 보안 책임자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영화는 흑인이면서 백인 FBI 요원의 지시를 받으며 흑인 단체에 들어가 밀고자가 된 오닐을 중심에 두면서 그를 단순히 피해자나 가해자, 혹은 선인이나 악인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닐은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지극히 당연한 목표와 욕망을 가졌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의 기지를 발휘해 상대의 신뢰를 얻거나 설득하는 능력도 있다.

미첼의 영향력에 강하게 끌리며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흑표당이 맞서 싸우는 불평등과 햄프턴의 메시지에도 동화되며, 햄프턴 같은 특출한 영웅이 아니라 인간적이고 이기적인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이 겪는 갈등과 선택을 대변한다.

사회 비판적인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작 중 하나로, 또 다른 후보작인 아론 소킨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영화 속에 잠시 등장한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1968년 미국에서 벌어진 반전 시위와 유혈 사태, 이듬해 이어진 시위 주동자들의 재판을 바탕으로 한 법정 드라마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시공간적 배경과 완전히 겹친다.

시위 주동자 '시카고 7인'에 더해 연설을 위해 4시간 동안 시카고에 머물렀을 뿐인 흑표당 공동 창립자 보비 실(야히아 압둘마틴 2세)이 폭력 선동 혐의로 함께 재판정에 섰고,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서 이 재판이 대사로 언급된다.

'겟 아웃'으로 2018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대니얼 컬루야는 햄프턴역으로 최근 미국배우조합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올해 아카데미에서도 라키스 스탠필드와 함께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신예 샤카 킹이 공동 각본과 연출, 제작을 도맡았다.

4월 22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