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총무와 그레셤의 법칙
(101-13) 총무와 그레셤의 법칙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해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는 뜻인데, 영어로는 ‘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이다. 16세기에 영국에서 활동했던 금융가 토머스 그레셤이 이러한 말을 했기 때문에 ‘그레셤의 법칙 Gresham’s Law’이라고 부른다. (……) 이처럼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한다. 악화만 횡행하는 사회에서는 상품의 가치가 떨어져 사람들은 제대로 된 상품과 서비스를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양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거나 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제성이 있는 법이나 사람들의 도덕적 양삼과 자제에 의해 그레셤의 법칙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민주의 경제법칙 101중에서)



이 법칙을 동호회와 같은 소모임에 적용한다면 ‘나쁜 말이 좋은 말을 몰아낸다.’로 바꿀 수 있다. 영어로는 ‘Bad talk drives out good talk.’이다. 사람들은 남의 뒷담화를 재미있어 한다. 그래서 입소문은 말보다 빨리 달린다고 하는 속담도 있다. 그리고 나쁜 소문이나 험담은 좋은 소식보다 더 빨리 퍼진다. 사람의 심리는 참 묘해서 ‘다른 사람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심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사람의 행복보다 남의 불행이나 슬픔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은 본능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나쁜 소식의 주인공이 나와 무관하거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은근히 고소함까지 느낀다. 아마 사람들에게는 남의 좋은 점을 말하는 것보다 남의 험담을 하는 게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런 미묘한 심리적인 악담 말고도 사회적인 악담도 있다. 바로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는 가짜 뉴스, 혐오에 관한 말들이다. 가짜뉴스(Fake news)는 사람들의 흥미와 본능을 자극하여 시선을 끄는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의 일종이다.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사기 기사들이 급속도로 유포된다. 가짜 뉴스는 재정적 또는 정치적으로 이득을 얻으려고 오도된 의도로 작성되고 발간되며, 종종 주목을 끌기 위해 선정주의, 과장됨 또는 간과 한 거짓 표제를 사용한다. 의도적으로 오도된 가짜 뉴스는 명백한 풍자 또는 패러디와는 다르다. 혐오 표현 또한 그렇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혐오사회’이다. 혐오 표현은 정보가 빠르게 퍼져나가는 SNS를 통해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저 익명화된 개인 미디어들을 통해 여과 없이 온 세상에 큰 소리를 치며 타인에 대한 혐오를 강요하고 있다. 혐오 표현들은 특정 개인을 넘어서 불특정 다수에게 상처를 남겼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점점 나쁜 말들에 의해 지배되어가고 있다. 모일 때도 농담 삼아 ‘자리에 빠지면 안 된다.’라고 한다. 내가 없으면 다른 사람이 내 뒷담화를 하기 때문이고, 그게 좋은 말 일리 없다는 의미이다. 동아리나 동호회 같은 모임에서도 별수 없다. 회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뒷담화도 많아지게 된다. 그 뒷담화가 제대로 된 근거가 있든 없든 간에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서 기분 좋을 리가 없다. 설령 맞는 말이라도 그런 말은 순화되어 본인에게 향후의 행동에 도움이 되도록 조언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말들이 모임에서 마구 퍼져나가면 안 된다. 틀린 말은 거르고, 맞지만 기분 나쁠 말은 당사자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들리게 해야 한다. 그래서 총무는 늘 모임에서 좋은 말이 퍼지게 해야 한다. 회의에서 오해살 말이 나오면 과감하게 자르기도 해야 하고, 험담하기 좋아하는 회원에게는 과감하게 그런 말을 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어야 한다. 한 사람의 표현의 자유가 다른 회원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 그리고 그런 혼자만의 표현의 자유를 즐기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런 말을 즐기는 회원이 많을수록, 조용하고 좋은 말을 하기 좋아하는 회원들은 빠져나간다. 모임이 목소리 큰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되고, 합리적이고 모두를 즐겁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화폐경제에서 뿐만 아니라, 동호회, 동아리 같은 소모임에서도 그레셤의 법칙은 적용된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