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서의 의류 위탁가공 생산은 이미 개성공단의 사례를 통하여 충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개성공단 내 섬유패션산업의 과거 현황을 보면 근로자 수, 1인당 평균임금, 연령대, 기업 규모 등에서 남한 대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금도 북한은 중국 기업의 하청을 받아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대외 경제제재 때문에 공식적으로 드러내놓고 하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산(Made in China) 원산지를 달고 있는 의류 제품의 대다수는 사실 북한산(Made in North Korea)일 수 있다. 중국의 기업들은 전 세계로부터 의류 주문을 받아 단둥에 있는 중국 의류 공급업체를 통하여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의류는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 유럽, 일본, 한국, 캐나다 그리고 러시아 등 세계 각지로 수출된다는 것이다. KOTRA의 자료에 의하면 북한 섬유 산업은 원유·석유산업 다음으로 규모가 큰 수출 산업의 위치로 올랐다. 2016년 북한의 섬유 산업 수출액은 7억5,2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같은 시기 북한의 전체 수출액은 28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섬유 산업이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이나 된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기만 하면 가장 먼저 진행될 수 있는 산업 분야가 의류 위탁 생산이다.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도 북한에서의 위탁생산은 단순 위탁에 불과했다. 남한에서 의류 원부자재를 보내면 이를 단순 가공하는 공정을 위탁했을 뿐이다. 왜냐하면 붃한에서 화학섬유 생산 등이 원부자재 공급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열악한 물류 현황을 감안하여 남포, 청진, 신의주 등으로 원부자재를 남한에서 전량 보내야 한다. 특히 남한의 의류 원부자재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첨단 소재 생산이 활발하기 때문에, 북한에서의 의류 생산이라고 해서 입는 옷만 생산할 필요는 없다. 최첨단 스포츠 의류, 주변의 환경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안전의류, 자체 발광하는 야간용 의류 등도 얼마든지 생산이 가능하다. 규모에 따라 생산 기간이 틀리겠지만, 대체로 원부자재 공급 후 제품 반입까지 대략 60일 정도 예상한다면 남한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약 보름 정도의 기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작업하면 충분할 듯하다. 문제는 북한의 파트너가 납기와 품질에 대한 관점이 얼마나 높아졌을지가 관건이다. 2010년 천안함 이후 대북 교역 금지조치 이전까지 경험했던 남북경협 경험자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사회주의 마인드에 젖어서 ‘이익과 비용 개념’이 매우 희박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고, 또한 운송에서 하루면 올 거리를 1주일 이상 걸려 납기를 놓쳤다는 사례도 많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북한의 경제개방이 된다 하더라도 인적 교류가 활발하도록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이전처럼 남한 기술자나 기업인의 북한 출입에 제약을 둔다면 현지 기술 교육을 실시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도 샘플 및 도면 등 견본 제공과 작업 지시만으로 정확한 제품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