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어느 기사를 읽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자기 자랑을 할 때 꼭 빠지지 않는 게 ‘내가 어느 모임의 총무입니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나도 총무를 서너 가지 해보았다. 제일 처음 했던 것은 코트라 입사동기 총무였고, 그리고 고등학교 동기회 총무, BBC(경제 경영서 저자클럽) 총무, 그리고 서너 대여섯 명이 부정기적으로 모이는 모임인 듯 아닌 듯한 모임의 시간 약속을 주관하는 경우가 몇 개있다. 총무는 대체로 그 모임의 궂은일을 한다. 회장은 ‘어느 모임의 회장입니다’하면서 좀 폼이 나면서 ‘성공한 리더십’의 이미지를 풍긴다. 반면에 ‘어느 모임의 총무입니다’하면 ‘사람 좋고 부지런한 마당쇠’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그런 총무의 역할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은 왜일까? 해보니까 총무라는 일이 참 복 받은 역할임을 알았다. 총무가 되면서 많은 사람의 중심에 서게 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내가 정말 필요한 존재임을 알게 되고, 항상 나만을 위하여 살다가 남을 위하여 봉사하는 게 어떤 즐거움을 주는 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누구에게나 기회가 닿으면 총무를 해보라고 한다.
총무의 정의
어떤 기관이나 단체의 전체적이며 일반적인 사무. 또는 그 일을 맡아보는 사람이다. (네이버사전)
어떤 모임이나 조직이든 모임의 우두머리(회장, 대장, 사장…….)가 있고, 그를 도와 일을 꾸려가는 참모가 있게 마련이다. 그 중에서 총무라 함은 대체로 체계를 갖춘 조직의 참모라기보다는 어느 정도는 사적이며 비공식적인 모임에서 자잘한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을 총무라고 한다. 그 총무의 역할이 요즘 들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우선 총무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도 동창회나 향우회 같은 모임도 있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비조직적이고 비공식적인 모임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무래도 인터넷 통신을 바탕으로 한 동호회의 증가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한국 사회에서 동호회라는 이름의 모임이 시작된 것은 1992년 하이텔과 천리안을 중심으로 상업 PC 통신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이다. 이후 1994년 대학생 중심의 서비스에서 나우누리의 등장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동호회들의 전성시대가 열린다. 디지털 소통 수단은 아날로그적 소통 수단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비용이 덜 들어가고, 쉽기 때문에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숫자가 늘었다. 초창기 동호회는 온라인 모임과 오프라인 모임이 구별되기도 하였다. 향우회, 동창회, 종교적 모임 등은 가입하고자 하면 그 사람이 검증되어야 하고 절차 또한 복잡했지만, 온라인 동호회는 간단한 로그인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모든 모임에 총무가 있게 마련이다. 그 모임에서 회장과 총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회장은 그룹 전체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총무는 지도자와 회원을 도와주는 팔로워로서 역할을 하며 모임을 챙겨간다. 그 보이지 않는 팔로워인 총무의 역할이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총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을까? 첫 째로 수많은 정보 중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데 있어 믿을 수 있는 안내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원 상호간에 교환하는 수다나 뒤 담화를 통한 정보는 물론이고,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정보가 넘쳐난다. 그 정보의 쓰레기 속에서 모임에 필요한 정보를 걸러주는 사람이 필요해졌다. 이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이 바로 총무이다. 둘째로 총무는 회원 간의 신뢰를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느 모임에 들어갈 때는 회장이나 총무를 보고 가입하게 된다. 이 때 회장이나 총무가 믿음직하지 않으면 신규 회원의 확충은 물론 기존 회원들의 이탈로 지속된다. 그런 점에서 특히 회원들의 대소사, 개인적인 행사도 잘 아는 총무는 회원 간 인간적 신뢰를 대표한다. 그래서 어느 모임이든 총무가 안방마님 역할을 하며, 모임의 모든 행사를 이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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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형 인간이 되자’라는 주제로 원고를 썼습니다. 현재 80%완성되었습니다. 사회적 활동 증가, 온-오프를 통한 소통수단의 다양화등으로 친목회, 동호회 등이 많아져 시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간에 관심있는 분은 연락 바람니다. (drimtr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