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몸은 정신의 사랑방이며, 병든 몸은 감옥이다. – 베이컨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로 힘든 상황이다. 최근 들어 해외에서는 ‘마음 챙김’에 이어 ‘몸챙김’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한국몸챙김연구소 공응경 소장을 만났다.  공응경 소장은 요가와 명상을 통해서 이시형 박사와 힐리언스 선마을 프로그램을 만드는 리더를 맡았고, 유태우 박사 ‘신건강인 프로젝트’ 진행 및 강의를 맡았다. 스스로 몸이 안 좋아져서 몸을 챙기기 시작했다. 차의과대학교통합의학대학원 치유 무용 석사 동방대학원대학교 명상요가학과 명상심리학 NLP 최면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고 몸챙김 전파하고 있다.

[윤코치인터뷰] 몸을 챙기는 것이 곧 삶의 무기다 공응경 박사

♦ ‘몸을 잘 챙긴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바디 풀니스(bodyfulness)는 몸보다 생각이 많은 현대인에게 몸의 감각을 깨 주고 몸의 신호와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마음 챙김(mindfulness)이 되려면 몸챙김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현대인들의 움직이지 않고 점점 머리로만 살아가기 때문에 몸과 마음의 소통이 단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챙김은 사실 몸챙김에 기반되어야 합니다. 내 몸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을 잘할 수 있어야 마음도 잘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어떻게 하는 것이 몸을 돌보는 것인가요?


그것은 몸이 나에게 거는 말을 잘 알아차리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몸의 신호(body sign)’예요. 지금 당신의 마음은 몸 어디에 있을까요? 머리, 가슴, 손 어디에 있는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를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요? 머리로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결핍을 느끼고 마음은 어디로 가는지 찾기가 힘들어져요. 머리가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마음챙김은 2000년대 들어와 인기를 누리며 여러 명상가들 사이에 심리치료 효과들을 입증하며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어요. 마음챙김의 의미는 현재 순간을 있는 그대로 수용적인 태도로 자각하는 거예요. 마음챙김은 통찰명상의 하나로 볼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집중명상’과 ‘자비명상’이 융합되어 사용되는 추세입니다. 마음챙김은 스트레스 완화와 자기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며 부정적 사고와 감정을 해소시키는데 효과가 있어요.

[윤코치인터뷰] 몸을 챙기는 것이 곧 삶의 무기다 공응경 박사

♦ 몸에도 언어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저는 몸의 신호를 우리말로 ‘몸어’라고 부릅니다. 몸어는 잘 알수록 스트레스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고 감정조절 능력이 생깁니다. 복잡해지는 사회가 될수록 몸어의 가치는 빛을 발하고 미니멀라이프를 살게 해 줍니다. 몸어를 잘 알아차리면 어제보다 오늘 더 아름다워집니다. 예를 들어 고급 화장품으로 화장을 하고 꾸며도 과식이나 과음을 하고 난 다음날에는 여지없이 화장이 들뜨고 피부의 윤기가 사라져 건조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우리 몸의 최전방에 있는 피부가 쉬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인데 경고를 무시한 채 습관적으로 화장으로만 피부를 커버하다 보면 피부톤은 더 칙칙해지고 악순환이 반복되어요. 뛰어난 화장 기술보다 나를 더 빛나게 하는 것은 밝게 빛나는 촉촉한 피부입니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그리고 화장을 하루 쉬는 것도 내 피부에 대한 예의입니다. 몸어를 잘 알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많은 받은 날에 나도 모르게 ‘휴~’하고 한숨을 크게 내쉰 적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몸이 스스로 부족한 산소를 뇌에 보내기 위해 심호흡을 통해 가슴의 답답함을 내보낸 거예요. 이렇게 나를 위해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신호를 감지하고 ‘내가 많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힘들구나!’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 요즘 코로나로 아픈 분들이 많은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몸이 아프기 전에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20대 때 일입니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병으로 충격을 받아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잠을 자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을 하긴 했지만 두통과 어깨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결국 불면증은 업무의 집중력이 떨어지져서 상사에게 주의를 받았어요. 결국은 이러다 큰일이 날 것 같아 직장을 그만두고 친구의 권유로 불면증에 도움이 된다는 요가에 입문했어요. 이제 되돌아보니 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를 겪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심리상담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던 것이 장기간 고통을 키웠는데 지금의 나라면 적극적으로 심리상담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요가를 배우면서 몸에 저장된 충격들을 하나씩 빼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감당 못할 충격들은 그대로 몸에 저장되어 호르몬 분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아 잠을 잘 수 없었던 것입니다. 요가 아사나(동작)를 하며 밤새 잠을 못 자서 경직된 몸을 하나씩 펴고 조이고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하루는 1시간을 자고 “그나마 다행이다! 1시간이라도 잘 수 있어서”라고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었어요. 잘 자는 날이 늘어가면서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요가를 할수록 나의 몸 구석구석을 바라보며 호흡하는 시간이 늘면서 마음의 상태도 잘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마음을 어떻게 할 줄 몰라 그저 몸만 바라보고 호흡을 챙기고 몸을 챙기니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 호흡만 챙겨도 몸이 좋아지는군요?


호흡을 챙기는 것은 몸이 즉각적으로 느낄 수가 있고 마음을 가장 쉽게 변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몸에 힘이 생기자 저는 주위를 둘러보고 마음의 상태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정신과 병원을 일주일에 두세 번씩 오가며 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을 받을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요가전문가로 일하면서 마음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의 연결이 되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마음이란 독립된 생명체 같아서 의지대로 되지 않고 수시로 바뀌고 통제되지 않아 까다롭기만 했습니다. 이 마음을 보겠다고 10여 년 이상을 심리상담 관련 박사학위를 따고 각종 최신 기법들을 연구했어요. 그때 깨달은 것은 마음보다 몸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상담기법들에 효과를 보이는 것이 달랐지만 몸을 다루지 않고서는 큰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어요. 20대 때의 저처럼 많은 사람들이 큰 고통과 아픔을 겪고 나서야 몸의 소중함을 되돌아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프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복잡해지는 시대일수록 단순히 몸챙김을 해야 할 때입니다. 몸은 마음보다 정직하고 쉽게 스스로 돌볼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윤코치인터뷰] 몸을 챙기는 것이 곧 삶의 무기다 공응경 박사

♦ 몸이 마음보다 정직하는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지금 다들 위기라고 하는데요?


몸챙김을 하면 위기도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어느덧 저도 중년이 되었고 다시 한번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중년이 없다고 했던가요?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은 무기력하고 위축되어 있던 일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파도가 깊이 바다 바닥까지 칠수록 혼탁함은 오래가겠지만 그 밑바닥까지 정화시킬 수 있듯이 중년의 위기는 다시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순간 눈앞이 보이지 않고 무월경, 불면증, 어깨 통증 등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깊은 감정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모든 감정들을 느껴보는 혼돈 속에 마음 깊이 있는 진짜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일상 속에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익숙함에 길들여져 사회적인 성공, SNS상의 모습을 비교하며 나 자신을 바라보기보다는 남들의 눈에 비치는 모습에 더 민감해져 있었어요. 나 자신에 대해 따뜻이 말하기보다는 거친 목소리로 나를 재촉하고 마음속에는 공허함과 외로움이 커져갔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삶으로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내 안에 나는 정작 쉴 곳 없는 둥지 잃은 새처럼 떠돌고 있었어요. 진짜 위기가 오자 외면하고 눈감고 지나갔던 마음과 몸에 따뜻한 말을 건네고 가슴으로 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윤코치인터뷰] 몸을 챙기는 것이 곧 삶의 무기다 공응경 박사

♦ 몸에도 따듯한 말을 건네야 하네요? 마지막으로 몸을 챙기고 싶은 분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나의 몸은 가장 큰 은신처이자 둥지이기에 몸은 그동안 돌보아왔던 것을 기억하고는 빨리 충격에서 벗어나게 도와주었습니다. 비록 익숙함에 길들여져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지만, 오랜 시간 요가와 명상을 하며 몸을 돌보았던 저는 20대 때의 고통의 시간에 비해 훨씬 빨리 회복할 수 있었어요. 이 책에서는 위기 속에 기회를 얻기 위해 내 몸이 어떤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를 나누려 해요. 몸을 챙긴다는 것은 가장 단순하게 나를 지켜주며 내 몸의 언어를 잘 알수록 감정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게 합니다. 머리로만 살았던 사람들은 위기가 왔을 때 타조처럼 머리만 땅속에 묻은 채 두려운 상황을 회피하지만 몸어를 잘 익힌 사람들은 두려움에 직면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을 갖추게 됩니다. 또한 삶의 질 차원에서 창의력과 통찰력을 키우고 더 친밀한 가족관계와 깊이 느끼는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줍니다. 다시금 위기가 찾아왔을 때 몸챙김은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며 고통을 완화시키고 이를 잘 극복했을 때 더 빛나는 삶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공응경 소장의 몸챙김을 응원한다. 다른 사람의 몸을 챙겨주는 일은 매우 힘든 작업하고 있다. 몸을 챙기고 싶으면 마음부터 다잡아라. 마음이 가벼워져야 몸도 챙길 수 있다. 당신은 지금 몸을 어떻게 챙기고 있는가?




윤영돈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