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칼럼] 망해가는 국가에 대한 편견
“앞서가는 리더들은 앞으로 10년 이상의 불황과 부채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영국 BBC,2020. 5. 23)”,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의 대유행(Pandemic)은 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다툼과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미국 CNN, 2020. 5. 23)”라고 외신은 보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거에 매달려 싸우고 있으며, 부채국가의 수렁으로 한없이 빠져들며, 정치와 언론은 국가를 “망하는 길”로 이끌어 가고 있다. 국민의 수준이 이토록 낮아진 적이 없다. 지도자들의 철학이 무너지고, 법과 질서는 파괴되고 있다. TV방송은 먹방과 개그, 노래방으로 넘치고 있으며, 라디오방송은 전문가들을 따돌리고, 찌라시 개그맨들이 설치고 있다.

책을 읽는 것보다 유튜브를 보는 게 즐겁고, 생각하는 것보다 남의 주장이나 생각을 베끼는데 익숙해지고 있다. 편의점이나 길거리 가판대의 신문은 팔리지 않으며, 김포공항이나 제주공항 등 한국의 관문과 각 시도 지방 터미널 근처에 있던 간이서점은 사라지고 있다. 신문의 어려운 칼럼이나 사설은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진나라 진시황은 분서경유(焚書坑儒)를 통해 모든 사상과 철학 서적을 불태웠으며, 독일 나치의 괴벨스도 책을 태웠다. 구한말 한반도를 침략한 일본은 한글을 못쓰게 하고 창씨개명(創氏改名)을 통해 한국인을 무식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지 않고 생각을 하지 않는 국민은, 쉽고 편안한 일을 원하며, 간단하고 재미있는 공부만을 하고자 한다. 어렵고 복잡한 책을 외면하면서 스스로 무식해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생각이 없고 무식한 국민은 통치하기가 쉽기 때문에 권력을 쥔 자들은 그들의 백성을 무식하게 만든다. 그 정책의 가운데 3S전략 즉, 섹스와 스포츠, 스크린이 있는 것이다. 온 국민들이 술과 여색, 불륜에 빠지게 하고, 스포츠에 열광하게 하며, 영화와 드라마에 중독되게 만든다. 지금 한국은 그런 문화와 사회의 흐름에 저절로 스며들고 있다.

정치와 언론은 아주 쉽게 국민을 쓰레기로 만들고 있다. 교육은 쉽고 재미있는 강의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어렵고 진지한 강의는 학생들이 모이지 않는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깊이 있고, 복잡한 설명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법과 령(令)이 서지 않으며, 정파에 따라 판결이 바뀌고 있다. 내편이라고 봐주고, 과거의 판결을 뒤집으며, 과거를 파헤치느라 미래를 설계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수준에 맞게 민도(民度)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환호하는 백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통탄할 일이다. 대책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가 있다. 대책을 모르면 이 글을 쓰겠는가? 대안과 대책은 충분하다. 500개가 넘는 위원회 위원들이 사흘만 밤을 새워가며 토론을 하고 머리를 짜내면, 얼마든지 충분한 전략은 나올 수 있다. 오죽하면 “일하는 국회”라는 웃지 못할 법이 만들어지겠는가? 위의 글 모든 내용이 필자의 잘못된 편견이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홍석기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한경닷컴의 공식적인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