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프로농구 여성 감독 최초 PO 진출로 '성공 시대' 연다
18일 부산 BNK 지휘봉을 잡은 박정은(44) 감독이 국내 여자프로농구 사상 최초의 여성 사령탑 플레이오프 진출에 도전한다.

1998년 출범한 국내 여자프로농구에서 그동안 여성이 감독에 선임된 것은 이번 박정은 감독 이전까지 총 네 번이 있었다.

2002년 유영주(50) 감독이 국민은행 감독대행을 맡았고, 2011-2012시즌 조혜진(48) 감독대행이 우리은행을 지휘했다.

또 2012-2013시즌 이옥자(69) 감독이 KDB생명 사령탑에 취임했고, 2019-2020시즌을 앞두고는 유영주 감독이 다시 BNK를 맡았다.

2002년 7월 유영주 당시 국민은행 감독대행이 여성 사령탑 첫 승을 따냈고, 정식 감독으로는 이옥자 감독이 2012년 10월에 첫 승리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아직 국내 여자프로농구에서 여성 감독이 플레이오프 무대에는 오른 적이 없다.

2002년 여름리그 국민은행 5위, 2011-2012시즌 우리은행 6위에 그쳤고 2012-2013시즌 KDB생명도 6위였다.

또 유영주 감독은 최근 2년간 BNK를 이끌고 5위, 6위에 머물렀다.

물론 이런 성적을 두고 '여성 감독들의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자 감독이 이끄는 팀이 하위권에 머물 때 '남성 사령탑의 실패'로 평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프로농구에서도 여성 감독이 드문 현실에서 여성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팀의 성적에 더 눈길이 쏠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2년간 여성 감독에 코치들도 전원 여성으로 구성했던 BNK가 이번에 코칭스태프 개편을 하면서도 다시 여성 감독에 전원 여성 코치 체제를 유지한 것은 팀 창단 후 두 시즌 성적을 '여성 지도자들의 실패'로는 보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박정은 신임 감독은 현역 시절 국가대표 '부동의 포워드'로 활약하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 2002년 세계선수권 4강 등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통하는 실력을 갖췄던 지도자다.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경기 출전(53경기), 최다 출전 시간(1천939분01초) 등을 보유한 스타 출신인 박 감독은 2013년 은퇴 후 '친정' 삼성생명에서 코치로 3년간 일했고, 이후 행정가로 변신해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경기운영본부장을 맡는 등 코트 안팎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18일 취임식에서 "저의 우승 DNA가 BNK 선수단에 그대로 전파되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며 "저는 사실 스피드나 운동 신경이 뛰어나지 않았지만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런 노하우와 경험도 선수들에게 다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남편인 인기 탤런트 한상진 씨도 든든한 '외조'를 약속했다.

한상진 씨는 박 감독이 선수 시절에는 틈만 나면 경기장을 찾아 아내를 응원했고, 경기장은 물론 훈련장에도 자주 와서 지금처럼 인기를 얻기 전에는 '농구 관계자'로 착각하는 사람들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박 감독의 현역 시절 별명 '명품 포워드' 역시 멋있는 별명이 없는 것을 아쉬워한 한상진 씨가 주위 사람들과 의논해 아이디어를 구한 끝에 나온 '작품'이기도 할 정도의 애처가다.

TV 예능프로그램 '1호가 될 수 없어'는 개그맨 부부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개그맨 커플 이혼 1호가 되지 않겠다'는 취지로 코믹하게 붙인 제목이지만 박정은 감독과 한상진 씨 부부는 여자프로농구 여성 감독의 '플레이오프 진출 1호'를 위해 두 손을 맞잡은 셈이다.

/연합뉴스